한일갈등 장기화에 따른 한미일 삼각동맹 균열을 우려한 미국의 자제 목소리가 최근 커지면서 한일 양국이 갈등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롭게 출범한 일본 정부의 내각 관료들이 연일 한국에 대한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다 한국 정부가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이어 이번에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맞불을 놓으면서 한일갈등의 장기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달 22~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한일 외교수장 간 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과를 도출하긴 힘들 듯하다. 한일갈등의 근본 원인이 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 양측의 입장 차가 커 갈등이 봉합되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모테기 도시미쓰 새 일본 외무상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일-한 청구권협정 제2조항은 재산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확인했다”며 한국에 대한 강경론을 펼쳤다.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한일갈등에 대한 해법 마련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한일 양국 모두 중요 동맹국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한쪽 편을 들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푸들’로 불리는 일본이 미국과의 교감 없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을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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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에서 한일이 출구전략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관심은 다음달 22일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은 일본 국내 정치적으로 대형 정치 이벤트인 만큼 한국도 축하사절을 파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우리 측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참석 방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하지만 일왕은 정치적 실권이 없는 만큼 한국 때리기로 지지층을 결집해 평화헌법(전력보유 금지 및 교전 불승인)을 개정하려는 아베 내각의 태도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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