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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익숙한듯 새롭네"…뉴트로愛 빠진 1020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음악방송

유튜브서 '온라인 탑골공원'으로 인기

현재 활동중인 연예인 과거모습 보여줘

3040엔 '옛 추억' 되새기며 재미+위로

1020은 신선한 아날로그 경험에 매료

뉴트로 열풍에 1세대 아이돌 속속 컴백

전세대 아우르며 대중문화 중심 떠올라

2002년 1월 SBS 인기가요를 진행하고 있는 손호영·소유진. /사진=SBS 클래식 캡처




“10년 후요? 숲 속에 집 짓고 아이 낳고 잘 살고 있을 것 같아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방영된 SBS ‘인기가요’를 24시간 틀어주는 유튜브 채널 ‘SBS 클래식’에 2002년 1월 첫째주 방송 MC를 맡은 풋풋한 모습의 소유진이 등장했다. 10년 후 어떤 모습일지 말하는 장면이 나오자 실시간 댓글창은 뜨거워졌다. ‘숲 속이 아닌 도시 한복판에서 살고 있어요’ ‘백종원과 아이 셋 낳았어요’와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보보’(강성연)가 나오자 ‘할머니가 보는 드라마 KBS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에 나오는 배우’ ‘노래방 애창곡’이라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렸다. 추억을 소환하는 반응이 많았지만 현재와 연결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 채널은 구독자 16만 7,000여명, 실시간 최다 접속자수 2만2,000명에 달한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탑골공원에 다수의 노인이 모여들 듯 당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다고 ‘온라인 탑골공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하지만 오프라인 탑골공원과 달리 특정 세대만이 몰리는 것이 아니라 1020세대까지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방송이나 문화계의 레트로(Retro·복고) 열풍은 어제오늘의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레트로 현상은 ‘뉴트로(New+Retro)’라고 불리며 그 시대를 직접 겪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로까지 확장 중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1020세대에게 과거, 특히 1990년대~2000년대 시절 음악과 콘텐츠는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 인기 있었던 연예인 중 일부가 여전히 연예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만큼 친근함도 동시에 선사한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3040세대 뿐 아니라 1020세대까지 옛날 음악과 콘텐츠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면서 레트로는 대중문화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JTBC ‘캠핑클럽’에 출연한 핑클 멤버들. /사진제공=JTBC


◇3040세대에게 재미·위로 선사하는 추억 속 음악=‘SBS 클래식’ 유튜브 채널은 처음 스트리밍을 시작했을 땐 접속자 수가 두자릿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인스타그램·맘카페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구독자 수와 접속자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달 말에는 실시간 접속자수 2만 2,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KBS도 지난해 10월부터 추억의 음악방송 ‘가요톱10’ 자료를 활용한 유튜브 채널 ‘어게인 가요톱10’을 개설해 구독자가 7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같은 열풍은 온라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예능에서는 90년대 인기를 끈 여자 아이돌 ‘핑클’ 멤버들이 함께 캠핑을 떠나 보여준 소탈한 모습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1세대 아이돌 H.O.T.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공연을 선보인다. 오는 20일부터 3일간 펼쳐지는 공연은 이미 전석 매진됐다.

‘1990~2000년대’ 음악은 무엇보다 그 시절 음악을 즐겼던 3040세대에게 위로와 재미를 선사한다. ‘SBS 클래식’에서는 접속자들이 댓글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추억소환이 이어지고 있다. ‘2002년에 고1이었던 사람 손 들어보세요’ ‘군대 가기 전에 들었던 노래’와 같은 댓글이 달리며 본인의 추억과 연결시키는 경우가 많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자신의 삶이 너무 치열하고 여유가 없으면 과거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더 나게 된다”며 “어릴 때는 물건을 흐트러트리거나 밥을 흘리는 등 많은 실수가 허용됐지만 조금만 잘못해도 지적을 당하는 현실에서 ‘어릴 때는 그렇게 치열하지 않았어’라며 과거가 좋은 기억으로 해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음악 자체에 대한 향수도 인기의 바탕이 됐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시 음악은 지금처럼 기획사 중심이 아니라 음반회사에서도 가수를 발굴하는 등 가수가 되는 방식이 훨씬 더 다양했고 음악 역시도 마찬가지”라며 “현재 아이돌 중심의 획일화된 음악에 지겨운 이들이 예전 곡이 더 좋았다며 더욱 찾게 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1월 SBS ‘인기가요’에 출연한 강성연(보보). /사진=SBS 클래식 캡처


◇1020세대로 열풍 확장…대중문화 주요 흐름으로=아이돌 그룹 업텐션의 멤버 선율(23)은 지난 9일 4시간 30분 동안 네이버 브이 라이브(V LIVE)를 통해 ‘저세상 탑골브이앱’ 생방송을 진행했다. 엄정화·베이비복스·핑클·김현정·이정현부터 동방신기·티아라·엑소까지 이르는 K팝 가수들의 무대를 대부분 10대와 20대인 팬들과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레트로 열풍이 이전과 다른 것은 10대와 20대까지로 확산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새로운 장소, 새로운 음식 등 나이 든 세대보다 새로운 것에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90-00년대’ 음악과 콘텐츠가 이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속적인 레트로 열풍은 기성세대의 향수를 넘는 무언가가 있어서인데 바로 젊은 세대들이 향유 한다는 점”이라며 “당대를 겪어보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아날로그 경험이 된다는 점이 주효하다”고 평했다.

신선함뿐 아니라 그 안에 K팝의 역사가 있고,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과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매력이 됐다. 당시 음악 방송에 나온 가수들 중 임창정, 샵 이지혜 등은 현재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만큼 지금 1020세대에게도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들은 현재 연예인들의 재발견이라며 콘텐츠를 소비한다. 곽 교수는 “레트로는 단순히 ‘짠’하고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역사와 철학, 스토리가 들어있기에 1020세대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평했다. 김 평론가도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새로운 발견이자 콘텐츠의 시원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자극한다”고 설명했다.

90년대 걸그룹을 패러디한 프로젝트그룹 ‘치스비치’


레트로가 대중문화의 큰 흐름으로 자리하면서 그동안 잊힌 가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거나, 90년대 가수를 오마주하는 콘셉트를 한 가수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가나다라마바사’ ‘리베카’를 부른 가수 양준일은 활동 당시를 제외하고 대중에게 회자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튜브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90년대의 지드래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재발견됐다. 가수 김완선의 경우 지난달 자신의 히트곡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의 새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가 29년 만에 찍은 뮤직비디오는 현재 조회수 100만을 향해 가고 있다.

프로젝트 그룹 ‘치스비치’는 각자 2∼8년간 솔로로 활동한 인디 여성 싱어송라이터 4명인 치즈·스텔라장·러비·박문치가 뭉쳐 만든 그룹이다. 이들은 1990년대생이지만 1990년대 걸그룹을 패러디한 콘셉트를 선보였다. 기반은 90년대 유행한 ‘뉴 잭 스윙’ 장르다. S.E.S., 핑클, 베이비복스 등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며 연구했다. 김 평론가는 “현재 복고 트렌드에서 70-80년대는 없어지고 90-00년대로 넘어가면서 현재로 쫓아오고 있다”며 “곧 방송 예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더욱 나타날 것”이라고 평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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