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만 해도 뉴욕의 밤거리는 점등원이라는 직업을 가진 노동자 600명이 밝혀줬다. 횃불과 사다리를 들고 뉴욕거리의 기름등과 가스등에 불을 붙이는 게 그들의 주 업무였다. 하지만 1920년대 전기가로등이 설치되면서 사람 대신 변전소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점등원 한 명이 하룻밤에 처리해야 할 가로등이 50개 정도였다면 변전소가 등장하면서 직원 한 명이 단 몇 초 만에 수천 개의 가로등을 스위치로 켤 수 있게 됐다. 점등원들은 파업에 들어갔지만 기술의 효율성과 편리함에 맞서 일자리 보장을 정당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시 뉴욕타임즈(NYT)는 이런 현상을 “대도시의 점등 업무는 지나친 발전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고 표현했다.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세상을 더 밝고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뉴욕의 점등원들처럼 어떤 이들은 반드시 혁신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처럼 노동력을 대체할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변화가 두려운 사람들은 격렬하게 저항했고 사회 혼란이 수반됐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한 현재의 우리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업무를 로봇이 대신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의 2017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85%가 로봇의 부상을 제한하는 정책에 찬성하고 있다. 컴퓨터 등장 이후 전 세계가 또 한 번 기술혁명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신간 ‘테크놀로지의 덫’은 농업혁명 시대부터 산업혁명 시대, 컴퓨터 시대를 거쳐 AI가 등장한 현재까지 기술혁명이 가져온 시기를 중심으로 노동시장과 사회적 계층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2차 산업혁명 때 러다이트(Luddite·기계파괴) 운동이 발생한 것처럼 우리는 또 다른 변화에 직면해있다. AI 등장 등 4차산업혁명으로 그동안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다양한 업무들이 기계로 대체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책은 기술의 덫에 걸려 과거에 반복했던 극심한 사회 혼돈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오늘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를 통해 오늘날 당면한 기술혁명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저자는 고전적인 산업화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영국에서는 새로운 산업계급이 강력한 정치 세력으로 떠올랐다. 기계가 경제성장의 중요 변수로 부상하면서 정치 지도자들은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더라도 기술 전파에 주목했다. 러다이어트들은 기술발전을 막아보려 했지만 당시 정치적 영향력은 기술 발전으로 이득을 보는 기업가들의 손에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19세기 초에는 기계발전으로 인한 생산성 증가가 공장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상황이 뒤바뀌었다.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된 공장 노동자들은 기계 도입으로 인한 혜택에 주목했고, 반발하는 분위기도 사그라들었다.
저자는 AI와 로봇 등이 주축이 되는 자동화 시대가 고전적 산업화 시기와 극도로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신기술의 등장은 일자리 변화로 귀결된다. 대표적으로 구글 딥 마인드의 AI 알파고가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둔 일은 전 세계를 충격을 빠뜨렸다. 상용화를 앞둔 자율주행차량도 마찬가지다. 운송을 책임지는 트럭과 택시 운전자 수천만명을 위협하고 있다. AI의 발전은 단순히 기대를 넘어 당장 수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어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차세대 자동화 물결은 이전의 컴퓨터 테크놀로지의 등장 때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고 저자는 전망하고 있다.
저자는 신기술의 등장이 우리에게 암울한 미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AI 등장 역시 생산성이 회복됨에 따라 우리에게 부를 가져다줄 수 있다. 다만, 이런 긍정적인 효과들은 일부 준비된 사람들의 몫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교육, 재훈련, 임금보험, 세액공제, 규제, 재배치 등을 통해 신기술의 등장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테크놀로지의 미래가 무엇을 품고 있건 경제적·사회적 영향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라고 말한다. 3만5,0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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