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를 들여다보면 ‘날개 없는 추락’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8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나 줄었다. 벌써 9개월째 감소세다. 중동·중국 등을 대상으로 하는 반도체·컴퓨터 수출이 각각 30.7%, 31.6%나 줄어든 것이 큰 이유다. 7월 소매판매는 국산 승용차 내수부진 등으로 전월보다 0.9% 하락했고 건설투자도 2.3% 감소했다. 수출·투자·소비 어느 것 하나 좋아진 것이 없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도 각각 전월 대비 0.1%포인트, 0.3%포인트 떨어져 이를 뒷받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19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0.3%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11월 2.8%로 전망한 후 10개월 만에 세 차례에 걸쳐 0.7%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경제가 급속히 나빠지는 것은 세계 경제 수축의 회오리에 휘말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경기 하강기에 오히려 이를 부채질하는 무리한 경제정책을 쓴 탓도 크다. 통계청은 20일 “경기 정점이 2017년 9월이었고 이후 24개월째 하강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는 정부 출범 직후로 경기 하강이 시작된 줄도 모르고 경기 확장기에나 쓸 만한 정책들을 한꺼번에 쏟아낸 셈이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주 52시간제 강행, 법인세·소득세 인상 등을 몰아붙였다.
물론 어느 정부도 경기 방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정책을 펴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행은 2017년 11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라도 정책 잘못을 반성하고 꺼져가는 경제를 살려내기 위해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외골수 친노동정책 드라이브를 그만 멈추고 친기업정책으로 기업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최저임금제 차등 적용과 주휴수당 문제를 해결하고 내년으로 예정된 중소기업 주 52시간 도입도 늦추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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