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2’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배우는 3편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행운의 기쁨도 잠시, 유명 시리즈의 주인공이란 부담감에 고민에 휩싸였다. 주변에서도 말리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 말라는 사람들은 유명시리즈 ‘타짜’라는 제목만 듣고도 겁을 냈다. 그럼에도 “그냥 하고 싶었다”는 게 박정민의 솔직한 속내이다.
영화 ‘파수꾼’으로 단박에 이름 석자를 각인시키고, ‘동주’를 시작으로 빛나는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한 박정민. 이후 ‘그것만이 내 세상’, ‘변산’, ‘사바하’ 등 주연 배우로 쉼 없이 필모를 쌓아온 그가 지금까지 연기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박정민으로 돌아왔다. 그는 “우리 주변에 실제 있을 것 같은 인물이 아닌 ‘타짜’ 시리즈에 어울리는, 관객들이 보고 싶은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숙제였다”고 털어놨다.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 이하 ‘타짜3’)은 인생을 바꿀 기회의 카드 ‘원 아이드 잭’을 받고 모인 타짜들이 목숨을 건 한판에 올인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설적인 타짜 짝귀의 아들인 도일출 옷을 입은 박정민은 낮에는 학원가를, 밤에는 포커판을 누비는 신출내기 타짜로 다시 태어났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으로 기세등등하던 그는 냉혹한 타짜의 세계에 발을 내디디며 위기에 처하게 되고 애꾸(류승범)를 만나며 진정한 타짜로 거듭나게 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의 속편이다 보니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는 박정민. 그는 ‘나’라는 배우의 가치가 이 영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부터 시작해서 내가 이 역할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어디까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관객들한테 어떻게 다가가야 설득이 될까등 여러 가지 고민들을 했다고 했다. 고민을 끝내고 변화했다. 그렇게 박정민은 변화의 진폭이 큰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들기 위해 7개월간 카드 기술을 손에 익혔고 타짜로 변모해가는 일출의 외적인 변화도 섬세하게 그려 냈다.
도일출이 심적인 고통으로 수척하고 손만 대면 바로 바스러질 것 같은 건조해진 느낌을 주고 싶었던 박정민은 캐릭터를 위해 20kg 감량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후 “소년의 얼굴에서 시작해 남자의 얼굴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권오광 감독의 바람처럼 평범한 청년에서 타짜로 변모하게 된다. 박정민의 숨겨진 1인치가 영화 속에서 최대의 매력으로 빛나 또 다른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타자3’ 종목이 포커로의 변화도 눈에 띄지만, 조금 더 현실적인 인물로 시작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흙수저든 금수저든 카드 7장 들고 치는 건 똑같은 거 아니냐’는 대사처럼 일출은 열등감으로 살아가는 인간인데, 카드판에서 자기의 존재를 계속 입증한다. 열등감을 지닌 인물 도일출, 그리고 자신과 닮아 더 신경이 쓰이는 마돈나(최유화). 그 속에서 또 한번 성장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관전 포인트이다.
이전 시리즈와의 비교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박정민은 “앞선 시즌들을 넘어서고자 만든 영화가 아닌, 우리 만의 작품을 담고자 했다”고 작품의 의미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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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부끄러운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하다. 누구 한명 허투루 연기하지 않았고, 그 만큼 노력이 담긴 작품이다”고 말한 박정민은 “배우로서도 해보지 않은 연기, 경험들을 해볼 수 있어 좋았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타짜3’와 함께 한 시간은 너무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류승범을 처음 만난 날을 잊을 수 없다. 사실 박정민은 류승범이란 배우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고, 이번 ‘타짜3’에 합류하면서 류승범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편지를 직접 쓰기도 했다. 일명 팬레터이다. “승범이 형과 같이 영화도 보고 기자간담회도 가졌는데, 정말 눈물 날 거 같더라”고 떨리는 소감을 전하기도.
‘네가 정민이구나.’ 류승범이 박정민을 처음 만나고 던진 형의 대사이다. 좋아하는 배우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선배’란 말로 호칭을 쓰는 박정민에게 ‘그냥 형이라고 불러’ 라고 말한 류승범. 둘은 그렇게 ‘타짜3’의 식구가 됐다. 그리고 ‘타짜3’는 박정민의 필모그래피에서 빠질 수 없는 작품이 됐다. 그는 “내가 선택한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분명 있다”고 표현했다.
“제가 출연한 영화 작품이 흥행이 잘 되든 안 되든 내내 간직하고 살고 있다. 그게 배우로 살면서 큰 자부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타짜3’ 촬영을 돌아봤을 땐 쓸쓸할 정도로 좋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찬 바람 불고 이럴 땐 마치 ‘화양연화’를 떠올리는 기분이랄까. 무엇보다 좋은 동료와 영화를 찍는다는 건 행복하다. 아니 감동적일 정도로 좋았다는 걸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들 너무 예뻤고, 훗날 뒤돌아봤을 때, 나이 60이 되도 자연스럽게 좋았던 시절로 기억을 떠오를 것 같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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