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한술 더 떴다. 청와대 관계자는 9·19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평양 공동선언의 첫 번째 성과는 북측으로부터 영변 핵 폐기 제안을 확인한 것이며 두 번째 성과는 9·19군사합의를 체결한 것”이라며 “(평양공동선언은) 북미 간 대화의 동력이 유지되는 데 일종의 버팀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런 인식 역시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의 시각과 매우 동떨어져 있다. 북한은 영변 핵 폐기를 말로만 제안했을 뿐 지금까지 핵 폐기를 위한 어떤 가시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영변 핵시설에서 목적을 알 수 없는 위장된 지하시설 2곳이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영변 핵시설 재가동 의혹만 커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얼마 전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 연료를 재주입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9·19군사합의서는 휴지 조각이 된 지 오래다. 9·19군사합의 1조에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미사일을 쏘아대고 핵시설을 재가동하려는 움직임이 적대행위가 아니면 무엇이 적대행위란 말인가.
미국은 지금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한 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 본토 공격 위험만 제거하는 선에서 북한과 잠정 합의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핵 인질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 비핵화라는 원칙이 실종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하는 이때 청와대와 정부는 평화 타령만 늘어놓고 있으니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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