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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저녁부터 불 꺼지는 국책硏 문제 없겠나

국책연구기관들이 주 52시간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주 52시간제 특례제외업종 계도기간 만료로 다음달부터 제도를 위반할 경우 처벌이 진행되는데 준비가 미비한 탓이다. 22일 정부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전체 26개 국책연구기관 중 한국행정연구원,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등 세 곳만 탄력근로제 등 주 52시간제 도입 관련 노사 합의와 규정 개정을 마쳤다. KDI·조세재정연구원·노동연구원 등 나머지 23개 기관은 합의하지 못했다.

주 52시간제는 신기술 연구개발과 정책연구 같은 ‘전문형 업무’를 진행하는 연구소의 특성과는 맞지 않다. 프로젝트 등 사안에 따라 야근이나 휴일근무도 불사해야 하는 특성상 정확한 업무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탄력근로제를 검토 중인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부족으로 인력충원은 물론 출퇴근 시스템도 개발되지 않았다. 제도시행에 따른 부작용 보완 등 준비 없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연구역량의 질적 저하는 불을 보듯 훤하다.

국책연구기관들은 정부의 국가균형발전계획에 따라 2013년부터 세종으로 이전했다. 이후 전문인력 이탈과 신규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연구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연구역량이 더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은 정부의 싱크탱크다. 국책연구기관의 위상과 연구역량이 곧 정부정책의 질적 수준을 가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연구개발 업무를 제조업과 같은 잣대로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300인 이하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시행을 앞두고 도입연기와 제도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참에 국책연구기관의 역량 저하가 없도록 유연한 운영을 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초저녁부터 국책연구기관의 불이 꺼지면 국가정책의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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