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서 타석에서...팀에 100승 선물한 '베이브 류스'

콜로라도전 7이닝 3실점 13승

홈런타자 벨린저 배트 빌려

빅리그 데뷔 6년만에 첫 홈런

평균자책 2.41...여전히 1위

다저스 류현진(왼쪽)이 23일 콜로라도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쏴 올린 뒤 웃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연합뉴스

첫 홈런공을 기념으로 받은 류현진. /다저스 트위터

경기 후 만루홈런의 주인공 코디 벨린저를 인터뷰한 중계방송사 스포츠넷LA는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홈런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벨린저는 “그동안 홈런이 없었다는 게 더 놀랍다. 류현진은 훈련 때 대단한 타격을 한다”고 말했다.

류현진이 정규시즌 다저스의 마지막 홈경기에서 데뷔 6년 만에 첫 홈런을 쏴 올렸다. MLB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은 홈런 타자 벨린저의 배트로 홈런을 쳤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류현진을 가장 반긴 것도 배트를 빌려준 벨린저였다. 다저스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콜로라도전에서 7대4로 이겼다. 류현진이 7이닝 3실점으로 잘 던지고 타석에서 홈런까지 치면서 시즌 100승(56패)째를 달성했다. 류현진은 시즌 13승(5패)째다.



9번 타순의 류현진은 0대1로 뒤진 5회 선두타자로 나서 우중간 담장을 살짝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때렸다. 0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상대 선발 안토니오 센자텔라의 시속 151㎞짜리 속구를 밀어쳤다. 비거리 119m, 타구 시속 163㎞가 찍혔다. 2013년 빅리그 데뷔 후 210타수 만에 나온 첫 홈런이었다. 전설의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에서 따온 ‘베이브 류스’ 별명이 오랜만에 소환됐다. 류현진이 깨운 다저스 타선은 5회 4점을 더 냈다. 무사 만루에서 벨린저가 그랜드슬램으로 시즌 46호째를 장식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5회 타석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배트에 맞히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본업’인 투수로도 7이닝 6피안타 8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올 시즌 홈 성적은 10승1패, 평균자책 1.93이 됐다. 1회 솔로포를 내주고 7회 2사 뒤 실투로 대형 투런포를 맞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살아난 패스트볼 위력과 예리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지난 15일 뉴욕 메츠전 7이닝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볼넷 없는 투구를 펼쳤다. 시즌 평균자책은 2.35에서 2.41로 조금 올랐지만 여전히 빅리그 전체 1위다. 2위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 2.51로 내셔널리그 2위에서 추격 중인 가운데 류현진은 오는 29일 샌프란시스코 원정 등판으로 정규시즌 일정을 마감할 예정이다. 아시아 최초의 빅리그 평균자책 1위까지 1경기만 남긴 것이다. 1995년 일본 출신 노모 히데오(당시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2위(2.54)가 아시아 출신 평균자책 최고 순위다.

류현진은 다저스가 ‘밀고 있는’ 신인 포수 윌 스미스와 이날 좋은 호흡을 보였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코칭 스태프에게 또 다른 신뢰감을 심어준 것이다. 류현진은 현재로서는 10월5일 디비전시리즈 2차전 등판이 유력하다.
/양준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