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하게 경쟁이라도 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만난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금을 국내로 돌리고 싶어도 과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요즘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고민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국내 투자자들의 발걸음을 어떻게 국내 시장에 묶어둘 것인가다. 지지부진한 국내 증시에 답답함을 느낀 투자자들이 개별 주식은 물론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해외 직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ETF 시장의 경우 ‘해외 직구족’들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바로 세금 문제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개최한 ‘글로벌 ETP 컨퍼런스 2019’에서 이사장까지 나서 해외 재간접 ETF 상장 활성화 등 해외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세 체계부터 바뀌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해외 상장 ETF의 과세 체계는 국내 상장 ETF와 과세 방법부터 다르다. 매매차익의 22%를 양도소득세로 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250만원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금융소득이 2,000만원 넘는 경우 해당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이미 금융소득이 높은 투자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하다. 반면 국내 ETF의 경우 배당소득세에 최대 46.2% 누진세가 적용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적용 대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 해외 재간접 상품을 들여와도 결국 직구로 눈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상품이 늘어도 거래량이 늘지 않으면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ETF 시장은 이대로 놓쳐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시장이다. 국내 ETF 시장의 10년 평균 성장률은 30%가 넘고, 세계적으로도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국내 연기금 시장에서의 활용 가능성까지 생각하면 더욱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이 안타깝다.
시장 관계자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해외 투자에 혜택이 돌아가니 국내 상품에도 똑같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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