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경기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4번째 확진 사례가 나온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는 “ASF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곳이 임진강변”이라며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감안해서 충분히 소독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 총리는 부실한 방역보다는 과잉 방역이 더 낫다”며 매뉴얼을 뛰어넘는 집중 방역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돼지열병 방역 상황을 재점검하고 총력 대응을 다시 주문했다. 이 총리는 “어제 오늘 사이에 경기도 김포와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추가로 확진됐다”며 “지난 9일 사이에 4번째 확진”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총리는 “바이러스의 잠복기간 안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발생지역이 모두 중점 관리지역 안에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예측 가능성 범위 내에 있었다는 점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근무 시간 중 방역만으론 안돼”
지난 주 국무회의 및 수차례 관련 회의를 진행하며 관련 부처에 당부 했던 부분들도 거듭 당부했다.
이 총리는 우선 근무 시간에만 진행되는 방역으로는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힘들더라도 충분히 방역을 해야 한다”며 “매뉴얼을 뛰어 넘는 일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지나치다 싶은 정도의 방역이 낫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ASF 발병으로 큰 시름에 빠진 양돈 농가에 “고통을 함께 감내해 주실 각오를 해 주셨으면 한다”며 방역 협조를 당부했다. 이 총리는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돼지열병에 전국민 총력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북측 접경 지역에 대한 차단 방역을 다시 한번 주문했다.
이 총리는 “태풍 타파가 불어서 그동안에 뿌려놓은 소독약이 모두 씻겨 내려갔을 수도 있다”며 “기왕 소독을 다시 하는 김에 지금 ASF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곳이 임진강 변이니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감안해서 충분히 소독을 해 주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말 북한의 ASF 발병 인정 이후 정보 교환 부족으로, 정확한 감염 경로 등이 밝혀지지 않고는 있으나 북측에서 바이러스가 넘어왔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방역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이 총리는 “그러한 점에서 농식품부가 중심이 돼서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의 대비를 해 주셨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감염경로 오리무중…바이러스 北서 유입 가능성
감염 경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유입 경로에 대한 여러 가설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첫째는 양돈 농가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다. 이들이 ASF가 발병한 고국을 다녀온 동포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양돈 농가로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이달 초 태풍 링링과 집중호우가 한반도를 휩쓴 후 북측에서 멧돼지 사체가 남측으로 떠내려왔고, 사체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인근 사람이나 차량을 통해 농장으로 유입됐을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사체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에 남측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멧돼지가 감염 되는 경우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에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오일석 부연구위원은 “ASF에 대한 남북 공동대응은 비정치적 사안”이라며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력 방안으로는 남북 양측이 발병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남측에서 방역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측에 제공할 수 있는 물품으로는 구체적으로 석회와 살처분 가스 및 해당 장비를 꼽았다. 또 오 부연구위원은 “ASF 진단과 검사 및 검증을 위한 장비와 시설 및 인력의 제공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북한은 우리 정부의 협력 제의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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