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균열 논란은 일단락시켰지만 미국이 전략자산 비용 문제를 강조하면서 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향후 양국의 뇌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한미정상회담 뒤 열린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제11차 SMA 협상과 관련해 상호 호혜적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 한미동맹이 강화되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도 “문 대통령은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합리적 수준을 강조한 점을 볼 때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은 미국의 가장 큰 군사장비 구매국 중 하나이고, 우리는 매우 잘 협력하고 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우회 압박전술이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왔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미국의 자산과 배치에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들이 더 부담할 수 있고 더 부담해야 한다는 기대를 분명히 해왔다”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이유를 설명했다.
그간 방위비 항목은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시설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세 가지뿐이었다. 하지만 미국 측은 기존의 세 가지 항목 외에 한국 측에 전략자산 비용, 미군 인건비뿐 아니라 남중국해 항행작전, 호르무즈해협 호위 파견 등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 공공재까지 추가 요구한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전략자산 전개비용과 미군 인건비 등의 추가 부담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틀을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인상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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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이 해외 주둔비 분담 원칙을 새로 마련했다며 기존의 협상 틀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만큼 한국은 주한미군기지 26곳의 조기 반환에 따른 오염정화비용 맞대응 카드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 정화작업에 들어간 부평 ‘캠프마켓’ 한 곳만도 615억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인상된 분담금을 이를 통해 상쇄하겠다는 계산이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한미 간에 민감한 이슈인 만큼 정부가 협상에서 명확한 기준을 정한 뒤 미 조야의 여론을 움직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의회가 원래 방위비 분담금을 더 강조하는 세력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가 과하다는 의견이 있기 때문에 미 의회와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워싱턴의 가장 강력한 로비그룹 중 하나가 무기를 파는 방위산업체들인 만큼 무기구매를 통해 워싱턴 정가의 여론을 우리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제임스 디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열린 11차 SMA 첫 협의에서 각각 방위비 분담금의 공평한 분담과 대폭 인상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연내 협상타결을 목표로 25일 두 번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뉴욕=윤홍우기자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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