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오랜 우정을 갖고 있고 많은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불거진 한미동맹 균열설을 불식하고 견고한 한미동맹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의 숙소인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게 돼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이 “엄청난 훌륭한 거래들”을 해왔다고 강조하면서 “무역 협상도 완성해서 양국 모두에게 매우 유익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그 협상은 이제 완료됐고, 6개월간 존재해 왔다. 그리고 그것은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리고 우리는 교역에 있어서 몇 가지 추가적인 일을 하려고 한다”며 무역 분야에서 몇몇 추가 논의를 진행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국이 미국의 가장 큰 무기구매국가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의 군사 장비 구매와 관련, “우리는 장비 구매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라며 “한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군사 장비 구매국 중 하나이고, 우리는 매우 잘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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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무기구매를 요구하면서 우회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 한미가 이날 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첫 회의를 여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자산 배치 비용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의 방위비에 포함되지 않았던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 비용을 포함해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려는 포석으로 관측된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한미 SMA 협상과 관련 전략자산 전개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동맹이 어떤 잠재적 위협에도 준비가 돼 있음을 보장하는 데는 물론 미국의 자산과 배치에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동맹들이 더 부담할 수 있고 더 부담해야 한다는 기대를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최대 무기구매국 강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지소미아 종료 논란에 따른 한미동맹 균열의 비판론을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실제 미국 조야에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50억 달러 요구에 대해 비판여론이 거셌다.
미국 백악관도 한미관계를 ‘린치핀’(linchpin·핵심축)에 비유하며 굳건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다.
백악관은 이날 미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고 “양 정상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역내 평화 및 안보에 여전히 린치핀임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이어 “그들은 2019년 말 이전에 새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대한 결론을 신속하게 내리는 것을 비롯해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방미의 주된 목적이 한반도 비핵화와 한미동맹 균열 논란 조기 진화에 있었던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회담 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강조했다”며 “우리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국방예산 및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 분담금의 꾸준한 증가 등으로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등에 기여한 점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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