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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 치안시스템의 대전환]학교폭력 등 생활안전 집중...권한 부족에 한계 뚜렷

<4>'한국형 모델' 테스트베드 제주

'확대시범운영' 3단계 돌입

인력 410명까지 늘어났지만

공무집행방해 수사권 등 없어

범죄현장서 유연한 대응 어려워

제주시 연동의 한 번화가 골목. 이곳은 제주자치경찰단 산하의 연동자치지구대 관할이지만 제주지방경찰청 소속 노형지구대 경찰차가 순찰을 돈다. 국가경찰로 일원화된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이 공존하는 제주도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제주도에서는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업무 이원화에 따른 치안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속이 다른 지구대 관할 지역에서도 거점 순찰을 도는 경찰차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올해 1월 말부터 제주자치경찰의 ‘확대시범운영’이 3단계에 돌입하며 국가경찰 소속이던 연동지구대는 자치경찰 아래로 적을 옮겼다. 연동지구대를 포함한 3개 지구대와 4개 파출소가 제주자치경찰단 소속으로 편입됐다. 지난해 4월과 7월에는 각각 1·2단계 시범 운영에 들어가며 총 123명의 국가경찰이 자치경찰로 파견됐는데 이번 3단계 확대 운영으로 137명이 추가로 전환돼 지난 2007년 38명으로 출범한 제주자치경찰은 올 7월 기준 410명으로 몸집을 키웠다. 인원만 아니라 기능과 역할도 차츰 확대됐다. 자치경찰은 국가경찰과의 업무 분담을 통해 주취자 관리·보호, 학교폭력, 실종아동 관리 등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분야 사무에 집중하고 있다. 주취자응급의료센터와 학교안전경찰(SSPO) 등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제주 자치경찰이 자체적으로 고안해 운영한다.

제주지방경찰청과 제주자치경찰단 경찰들이 합동으로 공공화장실 내 CCTV 설치 여부 등을 점검하며 범죄예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제주자치경찰단






국토가 좁고 지방자치의 역사가 짧은 상황에서 굳이 자치경찰 도입이 필요하느냐는 논란 속에서 주민 수요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역할에 충실하며 제주자치경찰은 나름대로 성과를 내왔다. 도내 고질적인 문제였던 불법숙박업과 가축분뇨 무단배출 및 삼림훼손 등을 집중 단속해 제동을 건 것이 대표적이다.

올 들어 확대시범운영 3단계로 접어들면서 위상이 강화되고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현행 제주특별법에 따르면 자치경찰에게는 초동조치권은 부여돼있으나 공무집행방해와 같은 일반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주어져 있지 않다. 마음먹고 경찰 업무를 방해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3단계 확대시범운영으로 제주자치경찰은 일부 지역에서만 맡아왔던 112 신고출동 업무를 전역에서 분담하게 됐다. 112 출동 업무 54종 가운데 비긴급 출동 업무로 나뉘는 생활안전·아동청소년·교통 사무 등 12종을 자치경찰이 맡았다.

문제는 이런 도식적 구분이 실제 범죄 현장에서 얼마든 뒤바뀐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주취자의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해보니 폭행·상해 사건 등으로 사건이 번지는 경우도 있는데 자치경찰은 바뀐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 제주 연동자치지구대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민과 밀착된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치경찰에 지원했지만 실제 부여된 권한이 제한적이라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4월18일 자치경찰의 초동조치권 부재로 범죄자가 현장에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날 오후 10시께 연동자치지구대 인근에서 중국인 2명과 한국인 1명이 싸운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초동조치권이 없는 연동자치지구대원 대신 출동 거리가 더 긴 국가경찰 소속의 노형지구대원들이 9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용의자들은 이미 달아난 뒤였다.



제주자치경찰이 국가경찰과 공조해 현행범을 체포하고 있다./사진제공=제주자치경찰단


이처럼 자치경찰의 ‘권한 공백’은 고스란히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우선 112 신고 출동 업무의 이원화는 불가피하게 현장 도착 지체로 이어진다.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업무 분리로 지구대 한 곳당 담당해야 할 관할 지역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자치경찰의 권한 부족에 따른 불편도 온전히 시민 몫이다. 현장에 먼저 출동한 자치경찰이 현행범을 체포하거나 사건을 국가경찰에 인계할 경우 시민들로서는 민원처리가 지연되거나 이중 조사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를 수 있다.

제도 정착 과정에서 불가피한 이 같은 시행착오는 국가·자치경찰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다. 주민 불편이 우려됐던 112 출동업무에서 양측은 타 지구대 관할지역에도 ‘거점 순찰’을 돌며 관할지역이 늘어난 데 따른 출동 지연에 대비했다. 그 결과 3단계 시범 운영 이후 112 출동시간이 국가경찰의 경우 35초가 단축되기도 했다. 이밖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은 매달 협력회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무를 조정해나가고 있다. 일례로 주취자 보호에 필요한 주민등록조회 권한은 국가경찰에 있었지만 과감히 자치경찰에까지 확대하며 업무 유연성을 높였다. 고창경 제주자치경찰단장은 “자치경찰제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자치경찰 전역 확대 시행을 앞두고 제주 경찰의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 균형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제주=허진기자 hjin@sedaily.com

◇제주 경찰 현황

구분 제주자치경찰단 제주지방경찰청
112 신고출동 영역 비긴급 출동 사무(코드2·3) 긴급 출동 사무(코드0·1)
업무 분담 여성청소년, 생활안전, 교통 등 형사, 수사, 정보, 보안외사 등
인력 규모 410명(국가경찰 파견인력 260명 포함) 1,817명
지구대·파출소 편재 지구대 3, 파출소 4 지구대 6, 파출소 18
*올 7월 현재. 자료=제주지방경찰청·제주자치경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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