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표는 금융권 입사를 꿈꾸는 청년들의 롤모델과 같은 존재다. 회계사(한국·미국), 계리사(수석 합격), 금융섹터 전문 애널리스트로 일하며 금융업종 전반을 경험한 신 대표는 아시아 베스트 애널리스트(톰슨 로이터 선정)에 3년 연속 선정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할 당시 담당 분야가 금융이었던 만큼 금융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시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기존 금융사(증권사)와 핀테크 업체의 차이점은?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잘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전략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내 경우 직장인 시절 개인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하게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시장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금융사 명함을 달았던 십수 년의 시간 덕분에 보험, 증권, 은행 등 금융업 전반을 모두 훑어보고 나만의 사고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성과를 만들고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도 긍정적인 경험이었다.
현재 핀테크 업체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지금은 ‘더 나은 자신이 되는 것’에 생각과 행동, 인간관계 등 모든 것이 집중되는 것 같다. 과거 직장인 시절 ‘1등을 해야지’ 혹은 ‘연봉을 더 받아야지’ 하는 생각과는 차원이 다른 고민이다. 현재는 업의 본질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일을 한다. 이런 사고의 패턴이 모든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커리어 측면을 떠나 내 삶 자체가 조금 더 의미 있는 삶으로 만들어지는 느낌이다. 한 인격체로서의 성장을 계속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머니랩스와 같은 핀테크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커리어 측면에서 어떤 도움이 될까?
금융회사에서 바라보는 인재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업무를 겪어본 인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 중이다. 사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러한 트렌드가 진작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결국 이제는 어떤 회사에 있었는지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일했는지가 중요한 시대다. 실제 핀테크 같은 스타트업에 있다가 대기업으로 옮기는 사례도 확산 중이고 이러한 인재들이 새로운 직장에서 겪는 차별도 빠르게 줄고 있다. 기업 성장모델을 돌이켜보면 과거에는 큰 회사에 오래 버티는 게 무조건 이득이었지만 앞으로는 어느 회사에 속했는지보다는 실제 업무를 잘 해내는 사람이 주목받을 것이다. 실제로 불과 몇 년전 데일리금융그룹 창업했을 때와 요즘 채용을 진행해보면 현격한 차이가 느껴진다. 기업 안정성에 대한 우려 역시 낮아지면서 스스로 오고 싶어하는 지원자가 부쩍 늘었다.
◇머니랩스는 어떤 인재를 선호하는지, 혹은 어떤 인재가 핀테크 회사에 어울리는지?
큰 조직에서 온 사람일수록 기존 시스템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개인의 순수한 역량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우리 조직에 와서 앞으로 어떤 일을 맡길 수 있을지, 지원자는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등 사람 자체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사실 기존 금융권에서 산전수전을 모두 겪어봤다고 해서 업무를 꼭 잘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핀테크 업체는 ‘리스크 테이커’의 성향을 가진 인재가 어울리는 곳이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아무리 높더라도 리스크 테이킹을 하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오히려 평균 수준의 이해도를 가졌더라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분들이 훨씬 더 몰입을 잘하고 학습능력도 뛰어나다.
아울러 정보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적극성도 중요하다. 업무 상 정보를 독점하는 것에 익숙하거나, 대표에게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우 헤어지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실제 대형 금융사에서 이직한 사례도 많은지?
머니랩스의 경우 신입 직원부터 다양한 금융회사에서 온 경력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권부터 컨설팅사, 커머스, IT, 일반 대기업, 스타트업, 창업가 출신까지 정말 다양한 곳에서 금융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분들이 모여 있다. 연차도 다양하다. 대형 증권사의 임원까지 하고 오신 분도 계시고, 머니랩스가 첫 직장인 분들도 있다. 평균연령은 34세다.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공부 혹은 경험을 쌓고 싶은지
내가 어떤 직업 혹은 어떤 회사를 들어가고 싶은지 고민하기에 앞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고민할 것 같다. 내가 큰 보람이나 성취를 느끼는 것이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사회의 가치와 교환할 것인지를 깊이 있게 고민하는 과정을 좀더 빨리 갖지 못한 게 아쉽다. 이러한 과정이 빨리 이뤄졌다면 창업 시기가 더 빨라졌을 것 같다.
두 번째는 사람에 대한 공부다. 인문학, 철학 등의 학문적 공부도 좋고 다양한 사람과 만날 수 있는 동아리 활동도 괜찮다. 그 나이대서에만 할 수 있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가치 있는 일이다.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결국 모든 일이라는 게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깊을수록 업무 능력도 뛰어날 수밖에 없다.
◇ 저연차 직원 중 소개하고 싶은 케이스가 있다면?
지난해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 입사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브로콜리의 기술 스택과 코드 리뷰를 강조하는 등 개발 문화가 본인이 원하던 것이어서 지원했다. 마이스터고 졸업 전 취업을 해서 실무 경험이 이전까지 충분히 있지 않지만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채용 시 나이를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기준으로 보는 흐름은 업계 전반적으로 확산 될 것이다.
◇핀테크 회사 입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입사를 희망하는 핀테크 회사가 어떤 고객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소비자 입장에서 파악해보자. 가령 머니랩스는 사람들이 돈에 대해 가지는 고민을 깊숙하게 들여다보고 이것을 해결해주는 사업에 집중한다.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돈 관리를 극단적으로 잘할 수 있는 점을 내세운다. 우리가 가장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반면 적지 않은 핀테크 회사가 일종의 플랫폼을 지향한다. 단순히 인증 절차를 간소화해주고 간편하게 조회할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는 지속가능한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그 다음 단계가 있는 회사인지 파악해보면 답은 자연히 나올 것이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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