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로도 사용되고 있는 ‘오가피 열매’가 혈압을 낮추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은 식품 원료이면서 한약재로도 사용되는 ‘오가피 열매’가 혈압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음을 인체 적용시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농진청은 오가피 열매의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경희대학교와 양지병원, 산업체와 3년간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고혈압 전 단계 증상을 보이는 만 19세 이상 75세 이하 남녀 80명을 대상으로 인체 적용시험을 한 결과 오가피 열매 추출물을 하루 2g씩 먹은 집단은 가짜 약(위약)을 먹은 집단보다 혈압이 유의적으로 줄어들었다.
또 농진청은 수축기 정상 혈압인 120mmHg에 도달한 대상자 비율을 보면 오가피 열매 추출물을 먹은 집단은 48%였지만, 가짜 약을 먹은 집단은 15%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동물실험과 활성 성분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오가피 열매 추출물을 4주간 먹인 고혈압 쥐는 202mmHg에서 142mmHg로 고혈압 처방 약(캡토프릴)과 비슷한 수준으로 혈압이 떨어졌다. 이런 효과는 오가피에만 함유된 ‘세코-사포닌계 화합물’이 혈압을 높이는 효소(안지오텐신 전환 효소)의 활성을 억제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실제 고혈압 약(캡토프릴)도 이 효소를 억제해 혈압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등 2곳에 실렸으며, 원천 기술은 국내 특허등록과 함께 국제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다. 또 오가피 열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혈압조절’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을 받았다.
농진청은 원활한 원료 수급을 위해 강원도 정선군과 기술이전 업체 간의 계약재배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농진청은 앞으로 국산 원료를 이용한 제품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최인명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장은 “이번 연구는 국내 고혈압 환자가 750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부작용 없는 안전한 식품소재를 활용해 기존 고혈압 치료제들을 보완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