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징병제요? 창업에는 엄청 유용하죠(super useful).”
‘스타트업서울2019’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마그너스 그림랜드 자로라닷컴 창업자는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징병제가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노르웨이 해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싱가포르에서 의류 전자상거래 업체인 ‘자로라닷컴’을 창업해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한 그림랜드 창업자는 군대에서 배운 과제해결력·목표달성력·사회성 등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창업 인재를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는 벤처캐피털(VC)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5년간 2억달러(약 2,400억원)를 투자해 20개의 한국 기업을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림랜드 창업자는 “스타트업을 시작해 겪는 어려움은 군대의 경험과 비슷하다”며 “한국의 징병제는 기업가정신을 창출하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태국 등 동남아 중심 26개국으로 사업을 확장한 전자상거래 업체 자로라닷컴의 공동설립자다. 자로라닷컴은 지난 2012년 첫선을 보인 후 이듬해 5월과 12월 각각 1억달러(약 1,183억원), 1억1,200만달러의 투자를 받으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림랜드 창업자는 해군 복무 때의 경험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의 군대 시스템은 어려운 과제를 성취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며 “스타트업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해군 특수부대는 6개월간 시험을 통해 수천 명의 지원자 중 5~6명만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방독면 쓰고 사격하기, 1주일 동안 식사·수면 금지 등 각종 훈련을 거치면 3~4개월이 지난 후 10명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고 한다. 그림랜드 창업자는 “스타트업에도 수천 명이 도전하지만 남는 사람은 적다”며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굉장한 열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노르웨이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대와 맥킨지를 거쳤지만 창업지역으로 아시아를 선택하는 모험을 했다.
그림랜드 창업자는 군 경험을 살려 앤틀러라는 VC를 운영하고 있다. 앤틀러는 단순히 스타트업의 비즈니스모델을 보고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통 창업팀을 구성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도록 독려한다. 그는 “스타트업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잘 맞지 않는 사람과 일을 하는 특징이 있다”며 “앤틀러는 뛰어난 사람을 찾아 팀을 구성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를 찾아 새롭게 팀을 만들기 때문에 한번 사업에 실패했다가 새롭게 진입한 ‘재도전자’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
그는 최근 새로운 투자시장으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1년간 30~40개 회사에 100~150달러의 시험적 투자를 한 후 5년간 20개의 회사에 각 500만~1,000만달러를 투자해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그림랜드 창업자는 “한국에는 재능 있는 창업가와 최고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있다”며 “특히 서울의 혁신·기업가정신을 자극하려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노력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