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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선의의 부동산 규제'가 가져온 역설

권혁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전세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셋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자 기존 세입자들도 재계약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고요. 매물이 귀하니 집주인들은 호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기자가 찾은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지역의 부동산에서 모두 전세 매물 찾기가 힘들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1,000가구를 훌쩍 넘는 대단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10개를 채 넘지 않는 곳도 많았다. 전세 공급처로 여겨지는 신축 아파트에서도 매물을 찾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입주물량이 제법 많고, 이사 철임을 고려해 보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일까. 현장에서는 매물 감소의 원인으로 다주택자 규제를 꼽았다. 주요 전세 공급처인 다주택자들이 최근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주택을 정리하면서 전월세 공급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으로 전세 수요는 늘어났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니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정부는 현재 다주택자에게 세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강력한 ‘핀셋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사라지면 내 집을 마련하는 서민들이 늘어날 것이고, 주거환경이 안정되리라는 계산이다. 분명 주거 취약자를 중심으로 고려한 ‘선의의 정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의 결과는 어떨까. 다주택자들의 추가 주택 매입은 주춤해졌지만, 주거 취약자들의 주거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급 부족이라는 부작용으로 서민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 중 하나인 전세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서울 전세시장이 12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한 예다.

여기에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까지 점쳐지면서 전셋집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 집 마련을 힘들게 하는 다주택자를 규제하고 주거 취약자들을 생각한 정책을 펼쳤지만, 역설적으로 약자들이 되레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정책은 순수하게 의도한 결과만을 낳지 않는다. 단순히 ‘선의’에만 기초한 정책이 아닌 세세하고 부작용을 고려한 현실적인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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