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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ILO협약 독소조항 국회서 걸러내라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에 대한 비준안을 기어이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정부는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아직 비준하지 않은 핵심협약 4개 가운데 3개의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이번 비준과 관련된 노동관련법 개정안도 다음주 국무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경영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르는 EU의 압박을 빌미로 끝내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비준안에는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며 노조활동을 근로활동으로 인정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지금도 노조가 파업권을 남용하는데 이처럼 바뀔 경우 산업현장의 힘은 노조 쪽으로 더욱 기울어질 게 뻔하다. 경영계도 이를 우려해 끊임없이 사용자방어권을 보장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정부는 눈과 귀를 닫았다.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내 점거, 집회시위 금지 등은 ILO 비준으로 노동계에 더욱 기울어질 운동장의 재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사항들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안이 의무사항도 아니고 무역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없지만 FTA를 핑계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FTA 협정에서는 전문가 패널 구성 외에 더 이상의 제재 조치가 규정돼 있지 않다. ILO 협약 비준도 노력의무를 부과했을 뿐 8개 협약 비준 시점을 명시하지도 않았다. 무역분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협정의 국회 비준 과정에서도 점검됐다. 미국과 일본도 자기 나라의 경제상황에 맞춰 8대 기본협약 중 일부만 비준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편향된 정책 때문에 경제는 성장정체와 고용참사 등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국회는 ILO 협약이 나라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독소조항을 걸러내야 한다. 만일 여당이 야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 망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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