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정부가 의사상자로 인정하지 않아 논란인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불인정 이유를 가족에게 상세히 알리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을 경우 권리구제 방법도 안내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26일부터 시행한다. 개정규칙은 ‘의사상자 불인정 결과 통보서’와 ‘이의신청 불인정 결과 통보서’를 신설해 불인정 사유와 권리구제 방법을 자세히 가족에 알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의사자와 의상자 등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危害)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행위를 하다가 사망하거나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의사상자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불인정 통보서를 보내지 않는 등 현행 제도의 운용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 보완하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인정 통보서에는 ▲ 구조행위자의 직무 범위에 해당 ▲ 구조행위자의 생명, 신체상의 위험성 부족 ▲ 위해 상황의 급박성 부족 ▲ 구조대상자가 구조행위자의 가족 또는 친족에 해당 ▲ 직접적 구조행위 미성립 또는 입증 불가 ▲구조행위와 부상·사망과의 인과관계 미성립 등 불인정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시된다. 또 가족이 불인정 결정을 용납할 수 없을 경우 통보받은 날을 기준으로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이 가능하며 이와 별도로 90일 이내에 행정심판법에 따른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내하기로 했다.
앞서 사건 당시 숨지 ㄴ임 교수는 환자의 흉기에 가슴을 찔렸음에도 간호사 등 동료 직원을 대피시키기 위해 행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임 교수를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동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한 고인의 숭고한 뜻이 의사자 지정을 통해 기억되길 소망한다”며 복지부에 임 교수를 의사자로 지정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열린 회의에서 “임 교수의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구조 행위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의사상자로 인정받으려면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제3자에 대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이면서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으나 지정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의 유족은 현재 의사자 불인정 결정에 반발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심판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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