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규제의 끝판왕’으로 불린 ‘9·13대책’이 발표된 후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일시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런데 예외 지역이 있다. 바로 경기도 구리시이다. 구리시는 지난해 8월 이후 아파트값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1년(2018년 8월~2019년 8월) 동안 구리시 아파트 매매가는 무려 7.23% 올라 수도권에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집값 상승의 일등 공신은 바로 지하철 8호선 연장이다. 연장 개통이 가시화되면서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지부진하던 철도망 구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교통난 해소를 목적으로 철도 구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개통이 2차례 연기됐던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가 28일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수도권 대중교통의 혁신을 이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10여년 만에 전 구간 착공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수도권 서남부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신안산선도 착공에 들어갔다. 이밖에 서해선 복선전철, 남부내륙철도 등 서울과 지방을 더 가깝게 하는 철도망도 가시화되고 있다. 워낙 많은 철도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집값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철도 구축 속도 내는 정부=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철도 예산은 올해보다 1조원가량 증가한다. 출범 초기 사회간접자본 홀대론까지 불러일으켰던 현 정부가 대규모 철도망 사업에 나서는 것.
세부적으로 보면 내년 철도 관련 예산은 6조3,000억원 규모다. 이는 올해(5조3,000억원)보다 19.3% 증가한 규모다. 증액된 분야는 고속철도(400억원→596억원), 일반철도(2조6,212억원→2조8,819억원), 광역철도(3,650억원→4,405억원), 도시철도(414억원→566억원) 등이다.
프로젝트별로 보면 GTX A·B·C노선과 신안산선 등 사업 예산이 당초 3,650억원에서 4,405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말 착공한 GTX A노선(파주 운정∼동탄)에는 내년 본격적인 공사 추진을 위한 보상비와 건설보조금 등으로 1,350억원이 편성됐다. 예타 통과 후 기본계획 수립 중인 GTX C노선(양주 덕정∼수원)에는 내년 민간투자시설사업기본계획(RFP) 수립 등을 위해 예산 10억원이 신규 반영됐다.
이들 프로젝트는 특히 경기도 교통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GTX·신안산선 등이 대표적이다. 김포도시철도를 이용하면 종점인 양촌역에서 김포공항역까지 32분이 소요된다. 신안산선 또한 안산 한양대에서 여의도까지 이동 시간을 기존 100분에서 25분으로 줄여준다.
◇서울 경전철·지하철 연장도 속도=서울도 새로운 철도 프로젝트가 본격화된다. 왕십리와 노원구 상계동을 잇는 동북선 도시철도가 그중 하나다. 기본계획 승인이 이뤄진 지 11년 만에 기공식을 가졌다. 위례신사선 또한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 7월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내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지하철 노선의 연장도 주요 관심사다. 기존 노선을 연장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노선을 신설하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이 절약되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인천 청라 및 옥정신도시까지 연장 예정인 서울지하철 7호선이 있다. 옥정신도시는 2024년, 청라까지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4호선 또한 2021년 개통을 목표로 당고개역에서 남양주 진접읍까지 연장하고 있다. 별내까지 이어지는 서울지하철 8호선 연장도 2022년 개통을 앞두고 구리 등 인접 지역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철도망은 부동산 지도를 새롭게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각종 변수로 인해 사업이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개통한 9호선 3단계 구간(서울 잠실운동장~보훈병원)은 싱크홀과 예산 부족 탓에 8년 동안 공사했다. 이 때문에 단기적 가격 상승보다는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철도망 구축은 인근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현재 발표된 철도망들의 경우 일차적으로 가격이 반영돼 단기적으로 크게 오르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완공·개통 등에 따라 차후 단계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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