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정도의 물리적 인프라를 갖춘 기업이라면 파리기후협정을 10년 앞당겨 달성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온실가스 감축) 리더이자 롤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
전 세계로 연간 100억 개 이상의 상품을 배송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간) 204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떨어뜨리겠다고 선언했다.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탄소 중립 목표 시점을 무려 10년 앞당기는 ‘기후 서약’(Climate Pledge) 프로젝트에 첫 서명자로 이름을 올리고 다른 기업들에도 동참을 촉구한 것이다. 아마존은 이 과정에서 신재생 에너지 소비 비중을 2030년까지 100%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베이조스 CEO는 이를 위해 2021년부터 배송용 전기차 10만대를 운행하고 1억달러(1,194억원)를 기부해 기후펀드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불타고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시위가 물결치는 가운데 아마존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문화를 조성하고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환경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태양광으로 트럭 2억마일 주행치 이산화탄소 감축= 에너지원 다변화에 앞장서 온 아마존은 이미 태양광·풍력·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소비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특히 아마존이 주목하는 에너지원은 태양광이다. 태양에너지산업협회(SEIA)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은 지난해 신규 태양광 설비 시설 구축 규모에서 미 기업 중 1위, 누적 규모로는 애플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 2017년에 아마존은 2020년까지 세계 풀필먼트 물류센터(fulfillment center·입고부터 출하까지 일괄관리하는 시설)에 50개의 태양광 지붕(rooftop)을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목표 시점보다 18개월 앞당겨 달성했다. 올 7월 기준 아마존이 풀필먼트 물류센터에 구축한 태양광 지붕은 미국 내 32개를 포함해 총 51개로,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98메가와트(MW) 규모다.
시설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태양광 지붕 하나만으로 풀필먼트 물류센터가 연간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80%를 공급할 수 있다. 아마존이 태양광 지붕을 통해 감축한 이산화탄소량은 트럭이 2억 마일(3억2,186만8,800km)을 달렸을 때 나오는 배출량과 맞먹는다. 아마존 영국법인의 운영책임자인 스테파노 페레고는 “에너지원을 다변화함으로써 사업 비용을 낮추고 고객들에게도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 풍력발전시설에서 한해 9만가구 쓸 전기 생산= 이와 함께 아마존은 2017년 10월 미 텍사스에서 100개가 넘는 터빈을 갖춘 풍력발전소인 ‘아마존 윈드 팜 텍사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당시 베이조스 CEO가 지상 90m 풍력발전 터빈 위에서 샴페인 병을 내리치며 풍력발전소 완공을 축하하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곳의 전기 생산능력은 253MW다. 연간으로 따지면 100만메가와트시(MWh)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이는 해마다 미국의 가정 9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아마존은 또 유럽의 풍력 에너지 거점으로 아일랜드를 낙점하고 올해 4월과 8월 2차례에 걸쳐 도네갈과 코크에 각각 ‘윈드 팜’을 조성하는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91.2MW의 생산능력을 갖춘 도네갈 ‘윈드 팜’은 2021년 말께부터 아마존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코크 지역에 조성되는 23.2MW 규모의 ‘윈드 팜’은 2020년부터 가동될 예정으로 연간 6만8,000MWh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증발식 냉각으로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화= 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 클라우드(대용량 정보 저장) 서비스 시장을 주도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세계 곳곳에 대형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문제는 방대한 빅데이터들이 쌓이는 이 시설 운영에 들어가는 전기와 기계 열을 식히는 데 엄청난 양의 물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미 경제주간지 포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 해에 미국 데이터센터들이 사용한 전기는 700억kWh로, 이는 당시 미국의 640만 가정의 전기 사용량과 같은 규모였다. 게다가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마을의 주민들은 전자파와 냉각수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피해를 걱정해야 한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자회사를 둔 아마존은 이처럼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아끼고 냉각수로 쓰이는 물을 절약하기 위해 증발 냉각(물이 증발하면서 발생하는 증발열에 의해 공기와 주변 물체가 냉각되는 현상) 방식을 택한다. 전기와 냉매 사용을 줄이는 만큼 환경친화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다. 기온이 낮을 때는 냉각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고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직접 활용하는 방법도 병행한다. 또 식수를 보존·절약하기 위해 냉각 시스템에 식수 사용을 자제하고 냉각에 쓰인 물을 재활용하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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