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강제징용피해자기금법안(징용피해자기금법)’이 한일 양국이 대화 등 외교적 해법을 통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주춧돌’이 됐으면 합니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징용피해자기금법을 대표발의한 배경으로 조속한 한일 외교분쟁 해소, 신속한 배상을 꼽았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둘러싼 대법원 판결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또 이는 현 정부의 ‘극일(克日)’ 정책과 맞물리면서 양국은 출구 없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하면서 고령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실제 보상을 받을 길도 멀어지고 있다는 게 홍 의원의 생각이다.
홍 의원은 “일본을 이겨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100% 동의하나 감정적 대응은 사태 해결보다는 악화만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피해자들이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포함한 실질적인 보상을 받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 정책에도 시간상 한계가 분명하다며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홍 의원은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은 장기과제로 단 1~2년 만에 해결하지 못한다”며 “실제 기술개발을 실현해 대량생산 체제를 만들고 또 이를 쓸 공급처를 찾지 못하면 자칫 국내 기업들의 생산·공급 체계만 무너뜨리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홍 의원이 한일 사이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집중한 것은 현지 의회와의 대화를 통한 사태 파악이었다. 대표적 지한파로 알려진 나카가와 마사하루 무소속 중의원(8선)과 꾸준한 소통에 나섰고 그 결과 징용피해자자금법 양국 의회 공동발의 추진으로 이어졌다. 양국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의회외교 차원에서 해법을 제시하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이는 해당 내용이 먼저 일본에 알려진 뒤 현지 여론이 극도로 얼어붙으면서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홍 의원은 “한일 양국 의회에서 공동발의되지는 못했으나 징용피해자기금법에 한국당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 의원도 뜻을 모아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일본의 2차 경제보복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기술 국산화의 토대를 이룰 수 있는 기초과학 부문 육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감정적 대응이 아닌 이른바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실리적 정책이 경제적 측면에서 일본을 이기는 진정한 의미의 극일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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