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산업 굴기는 핵심인 기술경쟁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을 100으로 가정하고 9대 업종의 종합 기술경쟁력을 비교해보면 중국은 2000년에 59.6이었으나 올 6월 말에는 79.8로 높아진 데 이어 2024년에는 89.1로 우리 턱밑까지 추격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무선통신기기(96.3), 철강·디스플레이(91.7), 자동차(91.3), 섬유(91.1), 선박(90.9) 등이 한국 기술력의 90%를 넘어선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산업 주도권이 모조리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주력산업에서 중국의 질주가 가사화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의 총아인 인공지능(AI)·드론·로봇 등은 이미 우리를 추월한 뒤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15년에 반도체·바이오 등 10대 산업을 키우겠다며 시작한 ‘중국제조 2025’ 전략이 큰 몫을 했다. 중국의 민간기업이 이들 산업에 투자할 때 지방정부와 공기업은 최대 80%까지 돈을 대줄 정도로 전폭 지원한 영향이 크다.
더 이상 중국의 추월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연구개발(R&D)을 저해하는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 R&D 활성화를 방해하는 규제부터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인력을 양성하고 산학연 협력을 한층 더 활성화해야 한다. 복지는 펑펑 퍼주면서 R&D 지원 비중을 줄이는 행태는 산업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안 된다. R&D 역량 강화는 말로만 외쳐서는 안 된다.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