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대낮에 사우디아라비아 서부의 경제 중심지 제다에 위치한 하라마인 고속철도 역사에 큰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 중이라고 사우디 국영방송이 보도했다. 지난 14일 국가 핵심 석유시설을 피폭당했던 사우디에 또다시 큰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사우디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망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나 5명이 부상해 치료 중이다. 불이 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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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하라마인 고속철도는 450㎞ 길이의 중동 지역 첫 고속철로,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왕복하면서 사우디의 경제 중심지 제다를 압둘아지즈 국제공항, 압둘라국왕 경제시티를 관통한다. 성지순례객의 편의를 위해 건설됐다. 이날 불이 난 제다역 역시 완공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축 건물이다.
사우디 국영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제다역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밤늦게까지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헬리콥터로 역 안에 있는 사람을 구조하는 장면도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하라마인 고속철도 운행 역시 추후 재개 발표가 있을 때까지 중단됐다.
사우디 정부는 2009년 3월부터 73억 달러(약 8조8,000억원)를 들여 1년 전인 지난해 9월 중동 첫 고속철인 하라마인 고속철도를 개통했다. 매년 성지순례(하지)마다 세계 곳곳에서 200여만명이 한꺼번에 메카와 메디나로 모이는 탓에 이 두 성지는 물론 관문 격인 제다가 큰 혼잡을 빚자 사우디 당국은 해결책으로 하라마인 고속철도를 건설했다.
메카와 메디나는 무슬림만 올 수 있는 이슬람의 최고 성지이면서 외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사우디의 대표적인 종교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공교롭게도 사우디가 외국인에게 관광비자를 처음 발급하면서 ‘중동 관광대국’을 선언한 지 이틀 뒤 관광 기반시설인 고속철도가 큰 타격을 받았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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