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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자 지치게하는 경찰 '스마트제보'앱

차량 2대이상 불법끼어들기 신고

건별로 따로따로 하도록해 불편

신속요하는 공익제보 취지 안맞아

신고자 배려 시스템으로 개선해야

# 직장인 이모(41)씨는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에서 운전 중 우회전을 기다리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길게 늘어선 차들 앞쪽으로 차량 2대가 동시에 끼어든 것. 이씨는 불법 끼어들기를 신고하기 위해 블랙박스에 차량 두 대의 번호가 모두 제대로 찍힌 것을 확인하고 경찰청이 운영하는 ‘스마트 국민제보-목격자를 찾습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찰청 신고 앱을 확인한 뒤 분통이 터졌다. 차량 2대 가운데 1대만 신고하도록 돼 있었던 것이다. 2대를 모두 신고하려면 동일한 영상을 가지고 각각 따로 신고를 해야 했다. 이씨는 “영상을 확인한 뒤 경찰에서 두 건을 별도로 분리해 행정처리하면 될 것을 신고하는 사람이 건별로 일일이 나눠서 신고해야 한다니 황당하다”며 “주택을 침입한 절도 공범 2명을 발견했는데 1명씩 따로 신고하도록 하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했다.

교통위반 등 각종 범죄를 간편하게 신고·제보할 수 있는 경찰청의 ‘스마트 국민제보-목격자를 찾습니다’ 앱이 행정편의주의로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30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스마트 국민제보-목격자를 찾습니다’를 통해 교통위반을 신고할 경우 제보 1건당 차량 1대만 신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대 이상의 차량이 동시에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을 발견해 제보하려 해도 현 시스템상 차량 1대만 신고할 수 있다. 2대 이상을 신고하려면 신고자가 각각 건별로 나눠서 해야 한다. 한 대의 차량이 동시에 불법 끼어들기와 신호 위반을 하더라도 신고자가 각각 쪼개서 따로 신고해야 한다. 신고자들이 상당한 품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스마트 국민제보-목격자를 찾습니다’는 데이트폭력, 교통법규 위반, 보복운전 등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사고를 경찰에 신속히 신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폰에 앱을 깔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차량 블랙박스 보급 확산으로 교통법규 위반 신고 증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에서 접수된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 건수는 지난해보다 34% 늘어난 79만여건으로 상당수가 ‘목격자를 찾습니다’ 앱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복수의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한번에 신고하는 게 불가능하고 건별로 나눠서 신고해야 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최근 출근하다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 2대를 동시에 발견해 신고했는데 경찰서에서 번거롭더라도 건별로 각각 신고하라고 통보하더라”며 “나름 시간을 들여 제보한 건데 재신고를 하라고 하니 귀찮아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경찰은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1건의 신고에 1건의 증거가 포함되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다른 차량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신청번호 1건당 차량 1대만 단속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신고자를 배려하지 않는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강모(41)씨는 “경찰이 동일한 영상을 각각의 교통법규 위반 차량 증거로 채택하고 행정처분을 하면 될 텐데 신고자에게 건별로 신고하라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더 많은 신고를 유도하려면 경찰의 편의보다는 신고자의 편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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