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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 中경제 마지노선 '6·7·8' 흔들..."무역전쟁 길어지면 복합불황 올수도"

<바오류(保六) 붕괴위기...중국경제 어디로 가나>

투자·수출 부진에 믿었던 소비증가율 마저 둔화 확연

성장률도 곤두박질...리커창 "6% 사수 불가능할 수도"

통상전쟁·구조개혁으로 체력 약화, 경착륙 우려 고조

돈풀기·감세·기업비용 절감 등 통해 성장률 방어할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가 훈장 및 국가 명예 칭호 대상자 시상식에 참석해 청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리커창 중국 총리가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6% 성장률 수성(保六·바오류)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경기둔화 추세가 일부 드러나기는 했지만 경제를 책임진 수장 입에서 성장률 6%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실토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이는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어서 글로벌 외교가는 물론 중국 내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중국의 2·4분기 성장률이 1992년 3월 관련통계 작성 이후 최저인 6.2%까지 곤두박질친 상황에서 이런 언급은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1979년 개혁·개방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온 중국 경제가 2010년 성장률 10.6%로 정점을 지난 후 중속성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추락할 수 있다는 공포가 중국 안팎에서 고개를 드는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성장률 둔화가 시황제로 불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 연장과 장기집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장률이 추락하면서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선 중국 경제가 과연 어디로 향할지에 전 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경제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만리장성처럼 탄탄할 것으로 여겨졌던 중국 경제 시스템이 성장률 침체와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10월10~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될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이전처럼 큰 성과 없이 끝날 경우 내년에는 중국 경제에 복합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양자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얼굴을 마주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中 지도부 성장률 추락 우려 목소리=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을 개시할 때만 해도 중국은 승부를 낙관했다. 중국식 통제경제 시스템의 안정성을 자신하며 미국이 관세 보복으로 압박한다 해도 중국이 그 충격을 이겨낼 것이라는 게 지도부와 경제계의 지배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중 통상전쟁 확대는 국유기업 군살 빼기와 부채감축 등 구조개혁으로 체력이 약해진 중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중국 지도부와 글로벌 경제전문가들이 경제 실상의 기준지표로 보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 수출 증가율 등 3대 경제지표가 잇따라 흔들리고 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중국 정부가 올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6.5% 구간으로 설정한 데는 적어도 그 중간 수준인 6.2~6.3%를 사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지만 지금은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6.6%였던 중국 경제 성장률은 올해 1·4분기와 2·4분기에 각각 6.4%와 6.2%를 기록하면서 급락세로 기울었다.



당초 중국 정부는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이 ‘상저하고(上底下高)’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분위기는 딴판이다. 급기야 리 총리는 16일 “중국 경제가 6% 이상 중고속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하며 중국 지도부로는 처음으로 바오류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다만 리 총리는 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지는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시기는 특정하지 않고 바오류가 무너질 가능성만을 내비친 속내는 무엇일까.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지난 29일(현지시간) 관광객들이 국기 게양식을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3대 핵심지표 하락에 이어 소비마저 흔들=중국 지도부가 6% 성장률 붕괴를 큰 충격으로 받아들인다면 최근 중국 금융가에서 6%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에 대한 경계론과 6% 사수론이 쏟아져 나와야 하는데 그런 긴박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올 초 2,400선 수준으로 추락했던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최근 2,900~3,200을 오르내리며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다. 박한진 KOTRA 중국지역본부장은 “중국이 경제 성장률 6% 붕괴 가능성을 충격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충격이 아닌 자연스러운 경제의 질적성장 전환 과정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의 6% 성장률이 이미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도 이런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09년 30% 수준이었던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5.9%로 급락했고 올 1∼8월에는 5.5%에 그쳤다. 다른 지표도 악화일로다. 중국 헝다(恒大)연구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대미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나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미수출이 13.5% 늘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무역전쟁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동력이 튼튼한지를 알려주는 산업생산 증가율은 8월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겨우 4.4% 늘어 2002년 2월 이후 1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로이터통신은 “무역전쟁과 수요감소의 충격 속에 경제가 더 허약해질 수 있다는 신호가 나타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시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경제 흐름에 소비시장 둔화는 중국 지도부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소비시장의 탄력을 나타내는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7.5%로 전달치(7.6%)와 시장 전망치(7.9%)보다 낮았다. 중국 지도부가 내심 방어벽으로 내세운 △성장률 6%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7위안 △소비증가율 8%라는 ‘6·7·8’ 마지노선 중 이미 두 개가 뚫린 상황에서 성장률 6% 수성을 자신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중국 지도부는 신유통과 신산업으로 내수가 확대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가 상쇄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내수가 뒷받침되지 못한 것이 성장률 급락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당장 올해 하반기에 6% 미만으로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을 내다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학생들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28일 오성홍기를 들고 국경절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세와 기업비용 절감으로 성장률 방어 총력=리 총리의 바오류 수성 불가능 언급이 공개되던 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해 시중에 9,000억위안(약 151조원)을 풀었다. 올 초 전인대에서 중국 당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 6.0~6.5%를 지키기 위해 2조1,500억위안 규모 인프라 투자와 2조위안 규모의 감세로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인민은행의 지급준비율 인하로 9,000억위안이 시중에 추가로 공급되면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이 풀었던 4조위안을 훌쩍 뛰어넘는 초슈퍼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붓는 셈이다. 기존의 경기부양책만으로는 실물경제를 살리기에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같은 돈 풀기 정책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6월 기준 중국 총부채를 219조위안, 달러 기준으로 30조달러 안팎으로 추정했다. GDP 대비 253%에 달한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중국 총부채 규모가 GDP 기준 300%를 넘어섰다고 추산했고 글로벌 금융가 일각에서는 40조달러에 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이 △부동산 거품과 함께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3대 회색 코뿔소로 지목한 △그림자금융 △기업부채의 먹구름이 짙어지는 가운데 과감한 부양책이 오히려 부채 폭탄을 터뜨리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부채 부담으로 유동성 공급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복합적인 경제부양 정책을 쓸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준금리 인하 같은 후유증이 큰 파격 조치보다 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처방약을 함께 쓰는 이른바 ‘폴리시믹스(Policy Mix·정책조합)’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는 감세조치와 기업비용 절감을 위한 측면지원 조치 등이 포함된다. 루팅(陸挺) 홍콩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중기 유동성 지원 창구 금리 인하를 검토하면서 실물경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연말께 부동산 부분규제 완화 등 다른 경기부양책들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성장률 방어정책의 최종 판단기준은 결국 미중 무역전쟁 마무리 여부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달 10일 워싱턴DC에서 시작될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적어도 스몰딜 이상의 가시적인 봉합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면 중국의 성장률 방어 전략이 효과를 낼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지도부는 성장률 하락과 맞물려 홍콩 시위사태로 잔뜩 긴장하고 있다”면서 “미국과의 재협상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하면서도 기존보다 조금 더 유연해진 태도로 미중 협상의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병문 논설위원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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