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과정조차 엉망이라는 점이다. 서울시는 일반직 전환 대상자 중 일부가 불공정한 경로로 입사했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했으면서도 이들을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근무태만 등의 사유로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까지 정규직 전환에 부당 편승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렇게 일체의 평가절차 없이 지난해 3월 일반직이 된 무기계약직이 1,285명에 달한다. 한마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교통공사만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협력사 직원 3,600여명 중 불공정 채용 사례가 3,000건 이상 확인됐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모두 정규직 대상에 포함했다. 이처럼 원칙도 없이 정규직 전환이 추진되다 보니 갈등만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도로공사·지방국립대병원 등 곳곳에서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마찰이 벌어지고 있다. 도로공사의 경우 요금수납원 250여명이 직접고용을 주장하며 경북 김천에 있는 본사를 점거해 20일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기득권 보호와 역차별 등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상당기간 공기업 신입직원 채용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취업 전선에서 고군분투 중인 청년들의 눈물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감사원 감사로 난맥상이 드러난 만큼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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