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한 경제정책이다. 혁신성장은 새로운 제품, 시장, 영업활동 등에서 낡은 제도와 규제를 혁파해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기업친화적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혁신성장의 기반 강화를 위해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투자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20조4,000억원에 달한다.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나 신재생에너지, 벤처 창업 등의 분야에서는 ‘네거티브형’으로 규제방식을 바꾸는 규제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한국 경제는 2018년 3·4분기 0.6%, 4·4분기 1.0%, 2019년 1·4분기 마이너스 0.4% 등 3분기 평균 경제성장률이 0.4%라는 매우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경제 둔화, 반도체 산업 침체 등 경기변동 요인을 감안해도 성장률 급락은 한국 경제의 심각한 이슈다.
반면 경제규모가 한국의 약 12배가 넘는 미국 경제는 같은 기간 평균 경제 성장률이 2.93%에 달한다. 한국과 미국 간 경제 성장률이 역전돼 미국 경제가 놀라운 성장국면을 구가하는 배경은 무엇인가. 그 핵심 성장동력은 버락 오바마 정부 때부터 시작된 ‘리쇼어링(reshoring)’이라는 기업중시 정책이다. 리쇼어링은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로 진출한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정책인데, 미국 정부는 법인세를 35%에서 20%로 대폭 인하하고 공장 이전비용을 보조하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규제 프리존’을 설정하는 등 적극적인 세금감면과 규제완화 정책을 실시해 미국 기업들을 돌아오게 했다. 이로써 미국의 제조업이 살아나고 생산활동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렇게 한국과 미국 두 국가가 혁신성장의 동력을 찾기 위해 기업을 중시하는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지만 그 성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혁신성장의 단초에 대한 접근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기술과 기업가정신을 혁신 기반으로 언급하고 있다. 슘페터에 따르면 혁신적 기업가는 창조적 파괴(기술혁신을 통해 과거의 지식이나 기술·투자가 쓸모없게 되는 현상)를 통해 기업의 새로운 가치(이윤)를 만드는데, 창조적 파괴는 주로 이윤추구 욕망과 성공에 대한 대가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의 핵심 동력은 변화와 창조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엇에든 도전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기업가에게 그 대가가 마음껏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정부가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고 혁신의 과실이 기업에 돌아가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은 미국 기업들의 혁신 의욕을 북돋아 창업열풍을 일으키고 혁신성장을 불러온다. 반면 한국 정부는 오히려 법인세를 인상하고 복지지출을 급속히 늘리고 있다. 도전적 혁신창출에 대한 과실이 기업과 행동주체에게 온전히 귀속되지 않고 세금 인상 등 과도하고 급속한 분배정책은 기업들의 혁신 기반 및 경제주체들의 근로의욕을 저하한다. 한국 정부가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혁신성장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혁신 과실이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또한 혁신성장의 기반을 조성하려면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이 R&D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데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 기업은 투자를 미루게 된다. 최근 한국 경제는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평균 14.3%보다 두 배가 높은 29.1%에 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경험했다. 이른바 문재인케어는 향후 5년간 약 41조5,800억원의 재정 소요를 필요로 하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적자 보전을 위해 세금 인상 및 보험료 급증이 예견되고 있다.
이와 같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및 과도한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심화하게 된다. 2016년 스콧 베이커(노스웨스턴대), 닉 블룸(스탠퍼드대), 스티븐 데이비스(시카고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심화는 투자·생산·고용 악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투자 감소는 기업들의 혁신기반을 약화시키고 근로자들의 성취동기를 낮춰 혁신성장을 저해한다. 혁신성장은 한국 경제의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한 동력이다. 이는 혁신적 기업가에 대한 성과 보장, 혁신전략을 통한 기업의 리쇼어링, 그리고 경제정책 불확실성 제거로 강화된다. 지금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논란에 따른 국내 정세불안 및 과도한 분배정책 등은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혁신성장의 저해를 초래할 수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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