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홍콩에서 시위에 나선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의 실탄에 맞으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췬완 지역에서 경찰에 쇠막대기를 휘두르던 18세 남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6월 초 시작된 시위에서 참가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시위대는 이 총격을 ‘피의 빚’이라 부르며 반드시 갚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콩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은 실탄을 쏜 경찰을 ‘살인자’라고 말하면서 “홍콩은 이제 사실상의 경찰국가가 됐으며, 전 세계가 이 야만적인 체제에 맞서 결연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민주 진영 의원 24명은 공동 성명을 통해 “경찰이 고등학교 2학년생에게 근거리에서 총을 쏜 것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공격 행위”라며 “경찰은 시위대는 물론 의료진, 기자, 사회복지사 등을 야만적으로 다뤄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총에 맞으면서 지난달 4일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공식 철회 발표 후 한풀 꺾였던 시위 열기는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에는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위대가 이틀 동안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해 1천 편에 가까운 여객기가 결항한 바 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홍콩 중고등학생 조직들은 2일부터 긴급 동맹휴학에 들어갈 것을 호소했다.
총상을 입은 청즈젠이 다니는 췬완 지역의 호췬위 중등학교 재학생과 시민 400여 명은 이날 오전 학교 앞에서 ‘광복홍콩, 시대혁명’, ‘5대 요구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총격 외에도 전날 시위로 180명 이상의 시민이 체포됐다. 송환법 반대 시위 들어 최다 기록이다. 부상자도 74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2명은 생명이 위독하다.
시위가 격화되자 홍콩 지하철공사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의 지하철역을 모두 폐쇄했다. 총 91개 역 중 47개 역으로 절반이 넘는다.
한편 홍콩 시위대가 현재 요구하고 있는 5대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