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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협상 앞두고 '대미억지'상징 SLBM 발사한 北, 의도는?

■강원도원산서 美위협 SLBM추정 발사체 발사

①톱다운 방식 및 체제보장, 제재해제 등 협상력 강화

②文 국군의 날 F-35A 스텔스기 과시에 따른 반발성격

③北 한미 메시지 무관한 예정된 무기개발 계획 실행

북한이 지난 2016년 4월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장면./연합뉴스




북한이 실무협상 날짜를 발표한 지 하루만인 2일 동해 방향으로 미상의 발사체를 발사했다.

이는 실무협상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북한이 원하는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해법과 체제보장, 제재해제를 미국으로부터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가장 큰 근심거리인 F-35A 스텔스 전투기를 과시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늘 아침 강원도 원산 북방 일대에서 동해 방향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며 “군은 추가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 발사체와 관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계열의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도 북한이 이날 오전 미상 발사체를 동해 방향으로 발사한 것과 관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오늘 북한의 발사와 관련, SLBM을 시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정밀 분석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초대형 방사포’ 추정 발사체를 쏜 지 22일 만에 북한이 도발을 재개한 것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SLBM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전략무기로 꼽힌다.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중국 건국 70주년 행사에서 ICBM과 SLBM 무기들을 과시한 것도 미국을 정조준했다는 해석이 많다. 북한은 대미협상의 중요 고비마다 자신의 무력을 과시해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는 협상 전략을 펴왔다. 북한이 실무협상 의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에이테킴스(ATACMS)급 추정 지대지미사일 등 한미 연합군에 위협이 되는 신무기들을 잇따라 과시한 것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진단이 많았다. 실제 북한의 벼랑끝 전술의 대가로 알려진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실무협상을 목전에 두고 재차 등장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김계관 고문은 1990년대부터 대미협상 과정에서 벼랑 끝 전술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앞서 김계관 고문은 지난해 6월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난하는 벼랑 끝 전술을 막후에서 지휘한 바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회담 날짜까지 이야기 하고 (발사체를) 쏘는 것에서 의도적이고 대미 압박차원으로 볼 수도 있다”며 “(이번 도발이) 제재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재를 유지하면서 대화하려는 미국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모든 나라가 자기방어 주권을 가진다’는 말처럼 비핵화 협상과 자위적 국방력 강화는 별개이니 그렇다면 우리도 우리 할 일은 하면서 대화해도 괜찮겠지 하고 화두를 던진 것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럽게 풀이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를 두고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일 전망된다.

반면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미국 내에서 비핵화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추가 고농축 우라늄 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 폐기나 대량살상무기(WMD) 동결 등 ‘영변+α’가 필요하다. 실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이후 2개월여 만인 5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차 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내 핵시설 5곳 중 1~2곳만 폐기하려 했다”고 협상 결렬의 이유를 밝혔다.



북한은 무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영변 핵 시설 폐기에 따른 체제보장 방안과 제재완화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대한 영변 핵 시설 폐기 선에서 한미연합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 중단,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설치, 일부 제재완화 등을 얻어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조치 전 제재완화에 대한 반감이 큰 만큼 합의를 지키지 않을 경우 복원이 가능한 스냅백을 전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정제유 할당량 확대나 연말 예정된 북한 노동자의 귀환기간 연장 등을 협상 카드로 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북미 실무협상과 함께 전날 F-35A 전투기를 과시한 문재인 대통령도 겨냥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서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사열하고 있다./대구=연합뉴스


북한은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고 평양 상공에 진입해 김 위원장의 주석궁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F-35A 전투기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국방력 강화를 위해 예정된 일정 대로 무기개발 실험을 진행한 것일 뿐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일본 NHK방송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오전 7시 10분께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한발은 7시 17분께 일본이 규정한 EEZ 바깥 쪽에 낙하했고 나머지 한발은 7시 27분께 시마네(島根)현 동쪽 수역에 낙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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