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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허세로 일부 거짓 진술 가능성...입증할 증거 확보가 관건

경찰, 범행메모 등 증거물 찾는데 주력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반기수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이 수사상황 브리핑을 위해 본관 5층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가 9건의 화성사건 외에 추가 범행까지 모두 자백했지만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이씨의 DNA가 검출된 화성 4·5·7·9차 사건 이외 다른 사건의 경우 이씨의 기억에 기반한 자백에 의존하다 보니 거짓자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로서는 이씨 진술의 신빙성을 높일 만한 물적증거 확보 여부가 혐의 입증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화성살인사건 9건 외에도 5건의 또 다른 살인사건과 30여건의 성폭행·성폭행 미수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털어놓았다. 그야말로 예상치도 못한 ‘무더기 자백’이다. 특히 9건의 화성사건 외에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일찌감치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것에 대해 경찰과 범죄전문가 모두 의외라는 반응이다. 과거 이씨가 범죄를 저질러 검거된 뒤 혐의를 부인하거나 범행을 축소하는 태도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때문에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씨의 자발적이고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기는 했지만 현 단계에서 이씨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힘들다는 분위기도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가석방이 무산된 이씨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소영웅심리’로 본인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사실에 대해 허세를 부리며 거짓자백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범죄심리 전문가는 “경찰과의 대면조사 과정에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범행을 부풀려 허위진술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백 진술의 숨겨진 의도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씨의 자백이 신빙성을 얻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피해자 진술이나 물적증거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씨가 30여년 전 사건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면 그동안 자신의 범죄를 적어놓은 메모와 같은 범행 노트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용의자의 자백만으로 끝날 사건이 아닌 만큼 보다 면밀한 보강수사가 뒤따라야 한다”며 “30여건의 성폭행 사건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 이씨의 혐의를 입증할 물적증거를 찾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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