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 현금만 최소 10억원이 필요한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 당첨자 평균 가점이 69.5점에 달했다. 이 같은 점수는 부양가족이 3명인 세대주가 무주택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만점을 받아도 불가능한 점수다. 가족 구성원이 최소 5인 이어야 한다. 강남 로또 분양이 무주택 현금 자산가들의 잔치판이 되고 있는 셈이다.
2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분양한 삼성동 래미안라클래시 당첨자 평균 가점은 69.5점에 달했다. 최저 가점 또한 64점으로 지난 2017년 10월 이래 서울에서 분양된 단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최고 가점은 79점으로 전용 71㎡B와 84㎡A 형에서 나왔다.
해당 단지 당첨자의 평균 점수인 69.5점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 가족 구성원이 5인 이상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가입기간을 최소 13~14년가량 유지해야 한다. 최저 가점(64점)마저도 3인 가족 기준으로 무주택·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만점(15년)을 받아야 가능한 점수다. 웬만한 청약통장 가입자는 넘보기도 힘든 점수다.
치열한 청약 경쟁이 벌어진 이유는 당첨만 되면 최소 5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 단지’기 때문이다. 3.3㎡ 당 평균 분양가가 4,75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이 단지는 또 전 평형이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전용 84㎡의 경우 분양가가 15억 5,300만~16억 6,400만원이다. 잔금을 제외하고 최소 10억원 가량의 현금을 쥐고 있어야 차질 없이 계약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강남권 청약시장은 상한제 발표 이후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고가점 경쟁이 예고편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한제가 시행되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게 불 보듯 뻔한 일이어서다. 이에 따라 가점이 낮은 젊은 세대의 경우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부양가족이 많지 않은 40대도 가점에서 밀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비사업단지들이 상한제 본격 시행 전에 분양을 서두르면서 강남권 등에서 로또 아파트가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맞춰 청약 가점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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