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기존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으나 북한에 경고를 하지는 않았다. 고작해야 북미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을 뿐이었다. 청와대는 “북한이 북미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SLBM 발사가 맞는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위반 여부는 안보리가 논의할 일”이라며 남의 일처럼 얘기했다. 2017년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금지가 명시됐다.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도 정부가 대북 경고 카드를 꺼내지 않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마저 침묵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안보를 내팽개치는 처사”라는 비난도 나온다. 특히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국회 답변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직접적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며 되레 북한을 두둔했다. 문 대통령도 국군의 날 행사에서 북한의 도발을 전혀 거론하지 않고 ‘평화의 군’만 강조했다. 정부의 대북 눈치 보기가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군사합의 위반임을 분명히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 로드맵을 내놓도록 견인해야 한반도 평화에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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