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유럽산 농산물과 공산품에 최대 25%의 징벌적 관세를 물리기로 하면서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 간 관세전쟁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유럽 항공기제작사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 분쟁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후속조치인 이번 일에 대해 유럽연합(EU)도 보복을 예고해 확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 제조업이 휘청이면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되살아 나는 가운데 미중에 이은 또 하나의 무역전쟁까지 발발하면 세계 경제의 둔화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기사 3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2일(현지시간) 에어버스 보조금 분쟁에서 미국이 승소함에 따라 EU에서 들여오는 치즈와 올리브오일 같은 농산물과 일부 공산품에 25%, 항공기에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날 WTO는 EU의 에어버스에 대한 불법 보조금 지급 책임을 물어 미국이 EU 제품에 연간 75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승인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유럽은 막대한 보조금으로 미국 항공산업과 근로자들에게 심각한 손실을 입혔다”며 “15년간의 소송 끝에 WTO가 승인한 관세를 오는 18일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USTR은 구체적인 관세부과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대응 가능한 모든 종류의 영역을 살펴보고 있다”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를 위축시키는 관세전쟁이 미중에 이어 미·EU로 전선을 넓히면서 이날 시장은 요동쳤다. 미 제조업과 고용지표 악화에 관세전쟁 악재까지 겹친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는 이날 전날보다 1.86%나 급락했으며 앞서 마감한 영국과 독일증시도 2~3%씩 폭락했다.
미국과 EU 간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 글로벌 무역량이 감소해 우리나라의 수출여건도 한층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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