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 등에 따르면 이씨는 모두 열 차례에 이르는 화성사건 중 모방 범죄로 드러난 8차 사건을 제외한 아홉 차례의 범행을 직접 했다고 자백했다. 화성사건 외에도 5건의 살인을 더 저질렀고 30여건의 강간과 강간미수 범행을 했다고 시인했다. 그가 교도소에 수감된 계기가 된 처제 살인까지 포함하면 그의 손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는 15명으로 늘어난다.
그가 자백한 40여건의 강력범죄는 그가 군대에서 전역한 지난 1986년 1월부터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해 검거된 1994년 1월까지 8년 사이에 이뤄졌다. 8년 동안 매년 1.88명을 살해하고 3.75명을 성폭행하거나 성폭행하려 한 셈이다. 그가 추가 자백을 하게 되면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범행 횟수를 기준으로 보면 역대 연쇄살인범 중 가장 많다. 이씨 이전 가장 많은 범죄를 저지른 연쇄살인범은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를 각인시킨 유영철이다. 그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0개월여 동안 출장마사지사 등 21명을 살해한 뒤 사체 11구를 암매장해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고 있다. 유영철 다음으로는 1975년 8~10월 수원과 평택·양주 일대에서 17명을 살해한 김대두다. 그 뒤를 2004년 1월부터 2006년까지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13명을 살해한 정남규 등이 잇는다.
전문가들은 이씨의 범행이 8년에 걸쳐 40여 차례나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를 꼽았다. 이씨가 연달아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장시간 경찰의 수사망에 걸리지 않으면서 대담성이 높아져 점차 살인을 즐기는 단계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살해한 사람 숫자에서는 유영철보다 적을지 몰라도 화성사건을 포함해 40여건이 넘는 성범죄를 저지른 것은 한국 범죄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며 “계속해서 범행을 저지르는데도 체포가 되지 않자 흉기를 들고 남의 집에 쫓아 들어가거나 친족인 처제를 살해하는 등 더욱더 과감한 수법을 벌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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