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 유럽연합(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오르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60) 당선인이 벨기에 브뤼셀의 집행위원회 집무실 옆 사무실을 개조해 숙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업무상 브뤼셀에서 밤을 보내야 할 경우 전임자들처럼 호텔을 이용하지 않고 집무실 옆에 거처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독일 국방장관 출신인 폰데어라이엔이 EU 집행위원회 본부 빌딩 13층에 있는 집무실 옆 25㎡ 방을 숙소로 개조해 이용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방침은 브뤼셀의 EU 고위관리들이 돈을 허투루 쓴다는 비판에 대응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폰데어라이엔은 연봉 30만6,000유로(4억원)를 받고 공금으로 호텔에서 편안히 묵을 수 있지만, 절약을 위해 이 공간을 쓰기로 했다.
폰데어라이엔은 독일 국방장관으로 일하면서 주중에는 베를린 국방부 내 소박한 공간에서 잠을 자곤 했다. 주말이나 시간이 나면 베를린에서 약 290㎞ 떨어진 하노버의 집에서 남편 및 7명의 자녀와 지낸다. 이런 사정에 따라 전임자들처럼 주요 거처를 브뤼셀로 옮기지는 않을 예정이다. 그의 대변인은 더타임스에 “2005년 독일 연방 정부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그렇게 해왔다”며 “독일에서 이런 방식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독일 몇몇 장관들도 자신들 부처의 건물에서 잠을 잔다”라고 말했다.
이미 엄격한 경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부처 내에서 잠을 자면 경호 인력을 위한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는 게 EU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또 운전기사나 경호원들이 아침이나 저녁 시간 브뤼셀의 교통 혼잡에 애먹지 않아 실용적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소박한 행보는 전임자들과는 대조적이다. 현 집행위원장인 장클로드 융커는 현재 집무실 근처에 있는 한 아파트형 호텔을 이용한다. 방의 크기는 폰데어라이엔의 집무실 옆 공간의 배에 달하며, 매월 3,250 유로의 비용과 함께 경호비용도 추가로 들어간다. 그는 EU 집행위원장으로서 손님을 초대할 수 있는 넉넉한 관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개인 전용기가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지난 6월 “난 아파트형 호텔에서 지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할 수 없다는 점으로, 공식적인 손님들을 내 침대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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