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5일부터 시행하기로 하면서 야당과 시위대의 반발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선 경찰과 법률 전문가들조차 법안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가운데 홍콩 정부가 긴급법을 통해 구류기간 확대 등 시위 진압을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행정회의를 소집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을 발동하고 복면금지법을 5일 0시부터 시행하기로 결의했다. 람 장관은 이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복면금지법의 목적은 폭력을 저지하고 질서를 되찾는 것”이라며 “(법 집행이) 홍콩이 비상사태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과 시위대는 거세게 반발하며 또다시 정부와의 강한 충돌을 예고했다. 시위에 참여한 16세 소년은 SCMP에 “경찰은 식별번호를 가리고 마스크까지 쓴 채 시위를 진압하는데 왜 우리는 마스크를 벗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야당 공민당 소속 데니스 궉 의원은 “(복면금지법의 근거가 된) 긴급법은 홍콩 기본법과 국제인권규약이 없던 지난 1922년에 제정된 것”이라며 “1999년 유엔인권위원회와의 약속에 따라 긴급법 발동 시 입법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사법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과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6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시위를 최전선에서 진압했다는 한 경찰은 “이제 마스크를 쓴 시위대는 모두 경찰을 자극하는 것으로 여겨질 것”이라며 “불필요하게 갈등만 더 키울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이먼 영 홍콩대 교수는 “시위대가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금지하면 경찰이 쏘는 최루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홍콩 기본법 28조와 인권법 5조가 보장하는 자유와 안전을 누릴 권리를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복면금지법은 공공집회나 시위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다. 또 집회가 아니더라도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에게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최고 1년의 징역형이 선고되거나 2만5,000홍콩달러(약 38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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