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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혁신 시제품, 정부가 첫 구매자 돼야

정무경 조달청장

정무경 조달청장




도서·벽지 등 의료지원이 어려운 지역의 주민은 안과 검진을 받기 어렵다. 실명 원인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눈 안쪽 망막인 안저(眼底) 촬영의 경우 직접 병원을 방문해야 해서 거동이 불편한 피검자는 검사조차 쉽지 않다. 한 카메라 제조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안 모두 판독한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휴대용 안저 카메라’를 개발했다. 조달청이 추진하는 ‘혁신 시제품 시범구매사업’은 이러한 혁신제품을 활용해 공공서비스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고자 정부의 구매력을 창의적이고 도전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 속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도 창업·벤처기업의 판로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혁신 시제품 시범구매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연방조달청(GSA)의 혁신제품 시범구매사업이나 캐나다조달청(PSPC)의 공공테스트베드사업(BCIP)이 대표적이다. 두 사업 모두 혁신 시제품을 정부가 선도적으로 구매하고 실제 사용해 상업화를 지원하고 판로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유럽연합(EU)은 한 단계 더 나아가 공공부문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 수요를 바탕으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그 결과물을 공공에서 다시 구매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공공부문이 혁신제품의 첫 번째 구매자로서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혁신지향 공공조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공공조달 시장은 연간 123조원 수준으로 정부재정의 29%, 국내총생산(GDP)의 7%를 넘는 막대한 규모다. 공공조달이 얼마나 혁신지향적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산업혁신 생태계는 물론 국민이 체감하는 공공서비스의 수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가가 투자한 R&D 제품과 기업들이 개발한 상용화 전 시제품을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구매해 혁신기업들의 도전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조달청은 혁신지향 공공조달 방안 추진과정에서 혁신 시제품 시범구매사업에 대한 조달시장의 놀랄 만한 참여와 기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드론 등 혁신성장 8대 선도 사업 분야와 안전·환경 등 국민 생활문제 해결 분야에서 상용화 전 혁신 시제품을 모집한 결과, 264건의 혁신적인 제안서를 접수하고 기술평가와 현장실사를 통해 41건의 혁신 시제품을 선정했다.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한 2차 모집에서는 53건의 제안서가 접수됐고 기술평가를 통과한 16건의 제안이 조달시장 진입을 위한 선정을 기다리고 있다. 조달청은 앞으로 공공기관이 해당 시제품을 실제 사용하고 테스트하며 이 제품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가 혁신 시제품의 첫 구매자가 되는 신속구매절차(fast track)는 실험실 제품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촉진해 혁신제품 구매를 통한 공공서비스 수준을 향상하는 것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도 단 한 번에 성공하기는 힘들다. 혁신 시제품 시범구매사업이 혁신기업의 성장과정에서 첫 번째 스프링보드이자,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놓고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에 직면해 있는 혁신기업에 희망을 주는 마중물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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