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민주주의’를 위험한 정치로 규정했던 자유한국당마저 거리에 나서면서 국회는 물론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도 국민들이 권리행사를 국회에 위임한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져버렸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당은 과거 혁신선언문에 광장민주주의를 ‘다수의 폭정’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세력이 결집하자 한국당이 더 큰 거리정치에 나서며 ‘자기 부정’을 하게 된 것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한국당은 지난 2017년 혁신선언문을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는 광장민주주의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보수주의는 국민주권의 원리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통해 실현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시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 촛불을 든 시민들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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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혁신원칙에도 불구하고 3일 광화문에서 열린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에 당원과 지지자들을 총집결시켰다. 한국당은 집회 참여자 수를 30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전국 도당 당협위원장에게 당원 참여를 독려하는 공문까지 돌린 결과다. 이에 대해 나경원 원내대표는 4일 “1987년 넥타이 부대를 연상하게 하는 정의와 합리를 향한 지극한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라고 밝혔다. 불과 2년 전에는 광장민주주의를 ‘위험’하다고 지적했지만 이번 집회에는 찬사를 보낸 것이다.
학계는 여야가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본연의 역할을 내버려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광장에 나온다는 것은 대의제가 잘 안 된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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