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화면 그 뒤편의 이야기를 다루는 ‘비하인드 더 드라마’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에서 OCN ‘드라마틱 시네마’를 기획·총괄한 한지형 책임프로듀서(CP)를 만났다. 그는 ‘타인은 지옥이다’에 대해 “기획자로서 원작의 재미와 매력을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드라마틱 시네마’에서만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캐릭터와 서스펜스를 추가하는 작업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드라마틱 시네마’는 영화와 드라마의 포맷을 결합하고, 영화 제작진이 함께 드라마를 완성하는 프로젝트다. ‘타인의 지옥이다’의 경우 영화사 우상이 제작하고 이창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제10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영화 ‘소굴’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개봉한 영화 ‘사라진 밤’으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 제작진과 함께하는 드라마 작업에 대해 한 CP는 “드라마들은 주요 장면들에 한해 콘티(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을 미리 그림으로 그려 놓는 것) 작업을 했다면 영화 제작진은 풀 콘티를 지향한다”며 “영화 제작진은 만들어질 그림을 염두를 많이 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특별한 영상미’가 발현된다”고 설명했다.
영화 제작은 드라마 제작보다 심의의 한계를 덜 경험한 만큼 표현의 한계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는 “영화 제작진들은 TV라는 매체를 고려하기보다는 이야기 자체가 가진 매력과 힘에 집중한다”며 “보여주는 방식도 드라마처럼 다소 친절하기보다는 영화처럼 밀도와 관객의 해석을 중요시한다는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틱 시네마’ 기획 배경에 대해 한 CP는 “더 이상 ‘영화 같은’이라는 표현과 경계가 무의미해진 시대에 ‘영화·드라마라는 규정이 필요할까, 적극적으로 그 경계를 허문다면 어떨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캐릭터·서사·소재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낼 크리에이터에 대한 선택의 폭과 시야도 더 넓어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 만큼 ‘드라마틱 시네마’는 형태도, 이야기도 열려있다. TV에서 주로 선택해온 14~16부작 미니시리즈 형태에서 탈피했다. 지난 2월 방영한 첫 번째 드라마틱 시네마 ‘트랩’도 7부작이었고, ‘타인은 지옥이다’도 10부작이었다. ‘트랩’의 경우 방송드라마를 영화감독의 시선으로 재구성해 극장 상영용으로도 제작하기도 했다. 모든 것을 자유롭게 열어 놓자는 것이 기획의 바탕이었기 때문이다.
한 CP가 ‘드라마틱 시네마’를 기획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의 이력 역시 영화·드라마·다큐멘터리를 넘나든다. 그는 “케이블에 자체 제작 콘텐츠가 없던 시절 영화와 미국드라마를 맘껏 볼 수 있다는 생각에 2003년 OCN에 편성PD로 입사했다”며 “OCN이 자체 제작을 처음 시작하던 첫 TV 무비 ‘동상이몽’부터 OCN이 장르물의 명가로 자리 잡고, 새로운 도전인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를 출범하기까지 OCN의 변화와 변곡점에서 제 청춘을 함께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영화와 미드 편성을 하다가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겠다고 1년 이상 사표를 내고 프리랜서 PD로 활동하기도 했다. 다시 회사에 돌아와 드라마본부 기획팀, 극장 영화 제작을 거쳐 현재 OCN 드라마틱 시네마 총괄자로 자리했다.
“영화제, 영화 관련 모임에 다니며 영화를 하는 친구들과도 많이 어울려 다녔어요. 당시 네트워크들이 지금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때 만났던 독립영화 감독 친구들이 이제는 상업 영화 흥행 감독이 돼서 저와도 요즘 ‘드라마틱 시네마’를 매일 도모하고 있습니다. 결국 제가 가장 좋아했던 영화와 드라마, 사람 이야기가 합쳐진 ‘드라마틱 시네마’를 기획하고 있네요.”
올해 첫발을 내디딘 ‘드라마틱 시네마’는 내년에는 통쾌하고 따뜻한,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번외수사’ 크랭크인을 준비 중이다. 이후에도 시청자들이 TV 드라마로는 처음 보는 소재와 장르를 다룬 작품을 내년 총 4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현실과 판타지의 그 어디쯤에서, 어떤 순간 우리가 느낀 마음들에 대해 매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주는 것 아닐까요”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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