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에 따르면 기업들의 대표가 국회 국정감사에 불려가지 않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대관업무를 맡는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10월 초로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사주나 최고경영자가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의도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년 전부터 국회가 기업의 대표들을 국감에 부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그러한 새로운 관행이 기업의 경영과 국가의 경제발전에 매우 저해되는 작용을 하게 될 것임을 심히 우려해왔다.
국회가 민간 기업인을 국감에 부르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일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입법과 감시를 통해 행정부로 하여금 국민의 생활과 기업 경영을 지원하고 통제하도록 만들어진 기구다. 국회는 국민에 대해 지원과 통제를 직접 행할 수 있는 기능을 티끌만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국민의 심부름꾼인 국회가 심부름꾼의 주인인 기업의 대표를 국감에 불러내는 것은 마치 심부름꾼이 주인을 정기적으로 불러서 주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과 기업의 활동을 지원하고 통제하는 것은 국회가 만들어 준 법률에 따라, 그리고 국회의 감시하에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국회는 행정부가 그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입법과 감시를 통해 행정부를 지원하고 통제해야 한다.
국회가 기업의 대표들을 국감에 불러내는 것은 국회가 국민을 직접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일 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우선, 기업 대표들이 국감을 위해 준비하고 국감에 출석해 답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그만큼 기업경영에 바칠 수 있는 시간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감에 출석하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에도 크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국감이 마치 죄인을 다루는 장소처럼 비쳐 거기에 불려 가는 기업인은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인상을 국내외적으로 강하게 주게 된다. 국가적으로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거듭 말하거니와, 국회는 민간 기업인들을 국감에 불러 질문할 권한을 절대 가지고 있지 않다. 심부름꾼이 주인을 정기적으로 불러 주인의 잘잘못을 따져야 되겠는가. 국회는 기업들의 행태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일을 입법과 감시를 통해 행정부에 맡겨야 한다. 기업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행정부 소관부처의 책임자를 국감에 불러 따지고 소관부처가 해당 기업의 잘못을 시정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가 정부로 하여금 민간 기업들의 행태를 감독하고 통제하게 만드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도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행정부가 국민의 기본인권을 보장하고 기업들의 공정거래를 확보하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에만 기업들의 생산활동(구매 및 판매 활동 포함)과 분배활동을 규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 경우 외에는 행정부가 기업들의 생산활동과 분배활동에 개입하지 않도록 국회가 정부를 제어해야 한다.
물론 국회는 입법활동에 참고하기 위해 기업인들에게 자문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자문회’라고 불러 가급적 비공식적인 것으로 하고 ‘참고인’보다 ‘자문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요컨대 국회는 기업인을 국감에 부르는 등 기업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직접 행함으로써 심부름꾼이 주인을 정기적으로 불러 주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입법과 감시를 통해 행정부가 제한된 범위 내에서 기업을 감독하고 통제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이 살고, 근로자도 살고, 나라경제도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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