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타나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지만 ‘조국 블랙홀’에 빠진 여야가 대화를 거부하면서 시급한 민생법안에 먼지만 쌓이고 있다.
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 접수된 법안은 총 2만2,808건이며 이 중 처리된 법안은 6,900건에 불과하다. 반면 미처리된 법안은 1만5,908건에 달한다. 전체 접수 법안 중 30%만 처리됐다. 20대 국회 첫해 처리법안은 570건으로 17대(167건)와 18대(208건), 19대(254건)보다 많은 역대 최고실적이라고 스스로 홍보하던 것이 부끄러워지는 상황이다.
민생과 관련된 법안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내년부터는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되지만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시간 확대 법안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계류하고 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을 조절하기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논의도 조국 사태에 묻혀버린 상태다. 여기에 지난 4월 체감실업률이 25%를 찍고 8월 기준 여전히 21.8%를 기록하는 등 고통받는 청년에 대한 대책에도 국회는 뒷짐만 지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법안 역시 마찬가지다. 당정청은 지난달 26일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규제 완화와 지원책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관련 기업들의 연구개발(R&D) 및 인수합병(M&A)에 10조원 넘는 돈을 지원하는 등 오는 2029년까지 45조원이 투입된다. 반면 야당은 수십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법안에 야당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래 먹거리 계획에도 손을 놓은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데이터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중 첫 단계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1일 여야 합의에 실패했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국감이 끝난 뒤 다시 심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때가 되면 여야 모두 다가오는 내년 4월 총선준비에 여념이 없을 공산이 크다. 2011년 발의돼 8년째 논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올해도 처리가 불투명하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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