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가 사용하는 우리말을 집대성하는 ‘겨레말큰사전’의 제작과정을 담은 두 편의 다큐멘터리는 1989년 문익환 목사의 방북을 계기로 시작된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발자취를 담았다. 표준어, 문화어, 탈북민의 겨레말과 중국 연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해외동포가 사용하는 우리말의 실상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서로 다른 한국어가 안고 있는 위계(位階)와 차별은 어떠할지, 통독 당시 동서독 언어의 통합과정에서 극복방안은 어떠했는지도 취재해보았다.
그 첫 순서로 ‘겨레말모이’ 제1부 ‘말의 눈물’ 편에서는 근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남과 북, 중국, 중앙아시아 등으로 흩어진 한민족과 그로 인한 우리말의 이질화 현상을 들여다본다.
적지 않은 수의 ‘탈북민’ 즉 ‘북한 이탈 주민’이 남녘 한국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최근의 탈북민 중에는 청소년들도 많다.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아 쉽지 않은 선택을 했지만 이들의 한국 생활은 녹록하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언어생활이다. 출생 이래 북한말을 배우고 익힌 그들 앞에 남한의 언어체계는 하나의 장벽이 되고 있다.
남과 북의 또래들은 서로의 말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MBC 한글날 특집 ‘겨레말모이’의 제1부 ‘말의 눈물’ 편에서는 남북 청소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우리말 퀴즈놀이를 해보았다. 먼저 입덕. ‘입덕’은 남한의 청소년들에게는 ‘연예인의 열렬한 팬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북한에도 ‘입덕’이 있다. 뜻은 놀랍게도 “말을 조심하라. 입을 함부로 놀리면 입덕을 본다”와 같이 쓰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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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들이 정착과정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이북과는 다른 어휘와 외래어에 적응하는 일이다. 쉽게 고쳐지지 않는 북한 말투도 문제다. 말을 하다 보면 북한식 말투가 나오는데 곧장 쳐다보는 눈길이 달라진다고 한다. ‘빨갱이 새끼...’와 같은 험한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를 해도 북한 출신인 것을 알면 전화가 끊어진다. 이런 사정은 중국동포나 고려인들에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남북 정상이 만나면 통역을 두지 않고 회담을 진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이 쓰는 말은 여러모로 다르다. 우리 주변에서는 만나는 탈북민, 조선족, 고려인이 쓰는 말은 큰 틀에서는 한민족의 말임에도 분명히 차이가 있고, 그들은 말 때문에 한국 생활에서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
10월 7일(월) 밤 11시 5분 방송될 MBC 한글날 특집 ‘겨레말모이’의 제1부 ‘말의 눈물’ 편에서는 남과 북, 그리고 한민족의 디아스포라로 인해 형성된 해외동포들의 우리말이 서로 소통하지 않는 현상을 취재했다.
/김주희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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