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특수고용직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대상을 계속 확대하기로 하자 경영계가 고용보험·국민연금 등 다른 사회보험 비용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사회보험 부담이 커지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노동계와 정부는 특수고용직이 저임금에 비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회보험을 통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가 7일 내놓은 ‘특수고용직 및 중소기업 사업주 산재보험 적용 확대방안’에서는 오는 2021년까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이르면 내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방문판매원, 렌털가전 점검원, 가전제품 설치기사 등 방문 서비스 종사자와 화물차주 등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돌봄 서비스 종사자 및 정보기술(IT)업종 자유계약자(프리랜서)도 적용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올해 돌봄 서비스, IT업종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이 부분은 내년에 제도 개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회보험들도 특수고용직에 대한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보험의 경우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수고용직과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을 허용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 계류돼 있다. 사실상의 정부안과 같으며 대상 업종 등 자세한 사항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한 상태다. 국민연금 역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에 특수고용직을 국민연금 사업장 가입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담았다. 현재는 특수고용직 종사자 대부분이 국민연금 지역가입자로 보험료를 100% 내거나 납부 예외, 미가입 상태로 머물러 있다.
경영계는 정부의 특수고용직 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대상 확대가 다른 사회보험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이유는 비용에 있다. 이번 산재보험 적용 대상 확대에 따라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약 125억원으로 추산된다. 현행법상 특수고용직의 경우 산재보험 적용을 원하지 않을 경우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를 신청하지 않고 실제 가입할 인원을 8만8,000명으로 전망한 결과다. 이번 조치에 따라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가 모두 가입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100% 가입을 가정하면 규모는 3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경우 특수고용직 중 가장 많은 보험설계사가 국민연금에 의무 가입할 경우 보험사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이 연간 3,0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추정한 바 있다.
경총 관계자는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 확대가 고용보험 및 타 노동관계법률에도 연계될 수 있는 특성을 고려할 때 산업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더욱 증대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회보험을 특수고용직에 적용하는 폭을 넓힐수록 “업계의 인력운용 등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줘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산재보험조차 특수고용직 적용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제도의 운용실태와 효과부터 분석해봐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특수고용직의 보호를 강화하는 게 국내외의 공통적 경향으로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반박한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은 “특수고용직은 특정 사업주에 대한 종속성이 강한 계약자로 사측 역시 그들에 의존해 수익을 얻는 것이어서 사회보험을 통해 보호를 확대하려는 것”이라며 “영국을 비롯한 유럽 등 세계적인 대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의 경우 노사정이 함께 참여하는 고용보험 심사위원회에서 합의를 거쳐 올라간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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