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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검찰인사권 독점 내려놓고 독립적 '국가검찰委' 설치해야

[검찰개혁 정치적 중립이 핵심이다] <상>

■정권 눈치 안보는 검찰 되려면

총장후보추천위 정권 영향력 커 '현재 권력'에 약할 수밖에

검사 인사권도 법무부가 쥐어…외부 참여 위원회 '유명무실'

文 '독립성 확보' 공약이행 하세월…"인사권 견제 장치 필요"





#1. 2017년 5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당시 대전고검 검사를 검사장으로 ‘원 포인트’ 승진시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이는 2005년 고검장급으로 격상한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다시 검사장급으로 내린 인사였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고검장급으로 격상된 후 정치적 사건 수사에 있어 임명권자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계속된 점을 감안해 검사장급으로 환원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2. 올해 6월17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이는 1988년 검찰총장 임기제 도입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처음으로 검찰총장으로 직행시킨 인사였다. 그 이전까지 살펴봐도 지검장에서 곧바로 총장이 된 사례는 1981년 정치근(고등고시 8회) 검찰총장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 정권에서 이 같은 두 차례의 파격적인 인사를 거쳐 검찰 수장에 올랐다. 검찰총장과 검사에 대한 최종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인사였다. 비록 윤 총장이 현재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로 정권과 지지층의 반발에 직면해 있지만, 사실 이 정권에서 검찰 인사의 최대 수혜자다.

물론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이 윤 중앙지검장을 후임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데 대해 우려가 적지 않았다. 2년 전 중앙지검장 자리를 임명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이유로 고검장에서 검사장으로 내려놓고서는, 그 자리를 2년 동안 지켰던 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직행시킴으로써 앞서 내세운 이유를 무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 인사에서 이전의 관행은 물론이고 자신이 만든 기준까지도 뒤집는 일이어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처럼 정권의 입맛대로 이뤄지는 검찰 인사는 ‘검찰 길들이기’로 작용해 검찰이 정치권력의 압박과 외압에 취약해지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온다. 즉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약하고 ‘죽은 권력’에 강해질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인사가 나면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못하고 그냥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정권에 불리한 사건을 건드렸다가는 열심히 일한 보상을 못 받는다 생각하면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이 같은 인사가 가능한 이유는 검찰총장 및 검사에 대한 인사권을 대통령이 독점하고 있어서다. 현재 검찰총장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 이상의 후보 중 1명을 대통령이 최종 지명하는 구조다. 문제는 총장추천위 위원 중 과반이 정권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총장추천위 위원 9명 중에서 법무부 장관이 검사장 출신 법조인 1명과 민간위원 3명을 위촉하고 법무부 검찰국장도 위원으로 참여한다. 나머지는 4명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으로 구성된다. 또 총장추천위 운영에 영향력이 큰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것도 정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방식으로 지적된다. 검찰의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간부급과 일반 검사도 예외는 아니다. 현장 수사검사들도 법무부와 대통령에 완전히 종속돼 있다. 법무부 검찰국에서 만든 인사안을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해서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의견을 낼 수 있을 뿐이다. 외부 인사들이 참여한 검사인사위원회가 있으나 인사에 관한 원칙·기준을 심의할 뿐 승진·전보 등 구체적 인사안은 심의하지 않는다. 정치 권력이 검사 인사를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을 견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검사 인사의 문제점을 감안해 검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를 공약 및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조치는 아직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먼저 대선 공약으로 독립된 총장추천위를 구성해 총장 임명에 대한 권력의 개입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진행된 사항은 없다. 또 일반 검사 인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독립성 확보’를 약속했으나 검사 인사 관련 원칙·기준의 법제화 조치만 했을 뿐 검찰인사위에는 손대지 않았다.

정치 권력에 의한 검찰의 중립성 훼손을 방지하려면 대통령이 독점하고 있는 검찰총장 및 검사 인사권에 대해 각 위원회가 견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해서는 총장추천위에서 정권 영향력을 절반 미만으로 줄이는 법안이 국회에 여럿 발의돼 있다. 위원 중 법무부 검찰국장을 배제하고 민간위원 3명을 법무부 장관이 아닌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위원장 역시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게 아니라 위원들이 호선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총장 후보도 2명만 추천하도록 하고 이 중 1·2순위도 정하는 방식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2순위를 지명하면 부담을 느끼게 하자는 게 이유다.

현재 2년인 검찰총장의 임기도 3~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현재 총장 임기가 2년이어서 대통령이 5년간 3명을 임명하는데, 3년 이상으로 늘리면 2명 이하를 임명하고 그치기에 총장 후보군의 정권 눈치 보기가 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검사 인사의 경우 우선 검찰인사위가 구체적인 인사안을 심의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온다. 또한 검찰인사위의 실질화를 위해서는 위원 선정에 대한 장관의 절반 이상 영향력을 줄일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검찰인사위 위원(11명) 중 신규임용 심의에만 관여하는 법원행정처 추천 판사 2명을 제외한 9명 가운데 법무부 장관이 검사 3명과 비변호사 2명을 임명·위촉한다. 이 중 검사 3명은 민주적 방법으로 선출해 검찰 조직의 대표성을 높이자는 방안이다.

궁극적으로는 총장추천위와 검찰인사위를 통합한 역할을 하는 독립기구인 ‘국가검찰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때 위원들은 법무부 장관이나 대통령이 지명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해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를 통해 검찰총장 임명에 입법부의 지분이 늘게 되면 지금처럼 검찰총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거슬러야 할 때 옷을 벗는 문화도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정권이 독단적인 인사를 할 수 없도록 감시하고 심의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인사권을 배제하지 않더라도 독립기구가 있으면 자의적인 인사가 줄어드는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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