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부터 1년간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에서 하루 2번 이상 프로포폴을 투여한 사람이 16만명을 웃돌 정도로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의 수입량마저 급속도로 늘고 있어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가 시급해졌다.
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윤일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이 같은 실태가 드러났다. 여기에는 미성년자 382명, 60대 이상 고령자 4만4,688명 등 취약집단도도 대거 포함됐다. 1만32명에 대해선 처방 사유도 없었다.
관련기사
프로포폴은 수면마취제의 일종이다. 중독성이 심하고 과다 투약 시 무호흡증 같은 부작용도 있어 엄격하게 관리되는 마약류다. 이번 자료에서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서 하루에 2번 이상 투약 받는 ‘프로포폴 쇼핑’을 한 사람 수도 6,895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로 다른 의료기관에서 하루 5번 이상 프로포폴을 투약한 사람도 17명이나 됐다.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의 사용량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내시경이나 수술 시 사용하는 전신마취제의 일종으로 2011년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과 달리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느슨한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 수입량은 2010년 6만3,000개에서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2011년 17만5,490개로 2.8배 폭증했다. 이후 2018년 52만3,920개가 수입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8.3배 증가했다.
식약처가 지난 7월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판매가 의심되는 10개소를 현장 조사한 결과, 의료기관 2곳과 도매상 3곳에서 총 1만5,700개의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은 거래명세서상으로는 도매상이 해당 의원에 공급한 것으로 한 뒤 실제로는 공급하지 않고 중간에 빼돌려 개인에게 양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의원은 “에토미데이트의 오남용 문제와 불법 유통·사용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현재 식약처에서 마약류 지정 근거 마련을 위해 시행 중인 의존성 평가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마약류 지정 등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