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진행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 인민해방군(중국군) 소속 유엔평화유지군 부대가 등장했다. 중국 열병식에 평화유지군이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열병식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군은 국가이익 외에 세계평화도 지켜야 한다”는 연설과 연결되며 국제분쟁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열병식 마지막 순서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DF)-41’이 공개될 때 시 주석은 행사 중 가장 밝은 표정을 지었다. 둥펑-41은 미국도 타격할 수 있는 ICBM이다.
중국이 대외정책의 구호로 삼고 있는 ‘인류운명공동체’가 사실상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 내부 목표의 해외 확장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인류가 운명공동체이기는 하지만 이 공동체의 리더는 중국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조공체제를 중심으로 짜였던 중화질서의 현대판인 셈이다. 시 주석은 열병식에서 “우리는 평화발전과 호혜공영의 개방전략을 견지해야 한다”며 “세계 각국 인민들과 함께 인류운명공동체를 구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며 운명공동체론 추진을 재확인했다.
인류운명공동체는 시 주석이 최고지도자로 올라선 2012년 11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처음 언급됐다. 이후 전개과정을 보면 크게 미국을 주요 상대로 한 ‘신형대국관계’와 기타 국가들과의 ‘신형국제관계’로 나눠진다. 신형대국관계는 기본적으로 세계의 패권을 미국과 나누자는 주장이다. 2013년 미국을 방문한 시 주석이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미국을 세계 질서의 유일한 중심축으로 한 일극주의였다면 이제 중국과 함께 양극체제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신형대국관계가 난관에 부딪히자 다시 나온 것이 신형국제관계다. 신형국제관계는 미국 외 다른 나라들을 대상으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 중국과 협력관계를 맺자는 것이다. 역시 국제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인류운명공동체’가 주창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시 주석의 거의 모든 연설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다. 세계를 같은 운명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중국이 내세우는 사업은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다. 일대일로 사업이 해당 국가에 부채함정을 파고 있다는 서방의 시각에 대해 중국은 강하게 반박한다. 중국이 어떤 특정한 이익을 얻겠다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인류운명공동체는 국제사회가 함께 동반성장을 이루자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의 대내적 구호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연계해 보면 인류운명공동체가 단순한 호혜적 행동이 아님은 분명하다. 중화민족의 부흥, 이른바 ‘중국몽’은 중국 공산당이 앞장서 중국을 과거의 위대한 중화제국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제일 먼저 비교되는 시대가 한나라와 당나라다. 당시 세계 최강대국이던 중국은 주변 나라들을 지배하며 중화질서를 구축했다. 이런 중국의 최후 목표는 현 패권국가인 미국을 넘어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에서 공산당 일당체제가 유지되는 한 다른 자유민주 국가들과 공유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운명공동체라는 궁극적인 사업을 방해한다. 일대일로 등 관련 사업이 중국 과잉자본의 해외투자 루트를 뚫고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외부의 지적을 부르는 것도 문제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수십년 전만 해도 중국의 역할은 방해자였지만 이제 돈을 수단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대체하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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