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7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과에 대해 “역스럽다(역겹다)”고 평가하며 다시 한번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 측에서 밝힌 ‘2주 후 재협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계속되는 반발에도 미국은 대응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처음부터 ‘노딜’을 준비하고 협상장으로 향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북한이 ‘벼랑 끝 전술’에 계속 집착할 경우 협상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 대사 일행은 6일(현지시간) 스톡홀름을 출발해 모스크바를 거쳐 베이징에 도착한 후 7일 정오에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돌아갔다. 김 대사는 귀국길에 취재진을 만날 때마다 미국에 대한 실망과 분노의 메시지를 여과 없이 표출하며 미국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국제공항에서 베이징으로 환승하던 중 “우리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 회담이 다시 진행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스웨덴 당국이 언급한 2주 후 재협상에 대해 부인했다.
김 대사는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한 후 마주친 취재진에게 다시 한번 협상 결렬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그는 “추후 회담은 미국 측에 달려 있다”면서 “이번 회담은 역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김 대사는 “회담이 진행되느냐 마느냐는 미국 측에 물어보라.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면서 위협성 발언까지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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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협상팀이 이처럼 연일 미국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미국은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준비된 전략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의 결렬 선언에 대해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써서 올해 중 미국의 태도변화를 확실하게 유도하자(는 것)”라고 분석했다. 또 정 수석부의장은 김 대사가 회담 종료 직후 결렬을 선언하는 성명을 내놓은 데 대해 “점심시간에 평양으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협상장에 북한이 하노이 때보다 더 높은 요구조건을 가져왔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청와대와 외교당국은 애써 실망감을 감추며 조속한 협상 재개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이를 위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한미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차 미국 워싱턴으로 향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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