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정부 대표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참석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7일 일본 언론을 통해 나왔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최종 결정 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일 외교가에서는 이 총리의 방일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 오는 22일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이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지난 5월 1일자로 부친인 아카히토 전 일왕으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았다. 하지만 ‘소쿠이레이세이덴노기’라 불리는 공식 즉위식은 22일 별도로 치러진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이미 정상 국가로 인정하는 195개국에 초청장을 보냈으며, 각국이 축하 사절을 확정해 일본 정부에 속속 통보 중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찰스 영국 왕세자 등이 즉위식 참석을 예고했다. 당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은 급을 낮춰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을 보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즉위식 전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교 일정도 꽉 채워졌다. 아베 총리는 즉위 행사일을 전후한 4일간 약 50개국의 해외 요인과 개별 회담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6월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보다 더 많은 수준으로, 요미우리는 이를 두고 “회담 러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장 가까운 국가인 한국은 아직 일본에 보낼 대표를 확정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최악이라 평가 받는 한일 관계 때문이다.
‘文 대통령 방일 카드’는 없던 일로…
한일 관계는 지난 해 10월 대법원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악화일로다. 역사 문제를 넘어 경제, 안보 분야로까지 대립과 갈등이 확대된 상황이다. 하지만 관계 악화는 장기적으로 양측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양측에서 공동으로 나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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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양국의 학계·정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즉위식에 직접 참석하는 정공법으로, 극적인 관계 개선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이를 놓고 한일 양측이 비공식 접촉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기대 효과보다는 리스크가 큰 외교적 모험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 징용 배상에 한 푼도 낼 수 없다는 일본 입장이 워낙 강경한 탓이다.
교도통신 역시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은 없어졌다”는 일본 외교 소식통의 발언을 전했다. 그러면서 교도는 한국 정부가 이 행사에 이 총리를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하고 양국이 최종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1990년 아키히토 전 일왕 즉위식 당시 강영훈 국무총리가 방일했던 전례를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발 소식에 한국 총리실은 “정해진 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의전 조율 등을 위해 우리 정부는 적어도 이번 주 안에는 참석 인사를 확정 발표해야 한다.
李총리 방일, 일부 효과는 있겠지만…
이 총리의 방일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이 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하게 된다. 그간 ‘지일파’로 불리며 한일관계 해결사 역할을 끊임없이 요구 받아온 이 총리가 마침내 현장으로 가게 되는 셈이다.
이 총리는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경력 뿐 아니라 아베 총리와도 구면이다. 과거 의원 시절 서울을 찾았던 아베 총리와 만난 적도 있고, 지난 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참석 당시에는 한국 총리로서 아베 총리와 공식 회담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 총리의 일본행이 험악해진 양국 분위기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한일 양측 모두 외교에 ‘톱다운’ 방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어서다. 관계 개선의 열쇠가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 손에 쥐어져 있다는 의미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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