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양측이 차관급 실무협상에 돌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빅딜을 원한다”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미국은 신장위구르족 탄압에 연관됐다는 이유로 중국 기관과 기업 28곳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무역협상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랴오민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차관)과 약 30명의 중국 실무협상대표단이 이날 워싱턴DC의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미국 측과 협상을 벌였다. 미국은 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가 협상팀을 이끌며 실무협상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이뤄진다. 백악관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10일부터 시작되는 고위급 협상을 위해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을 맞을 것”이라며 “양측은 지난 몇 주간의 실무협상을 바탕으로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와 지식재산권·서비스·비관세장벽·농업 등의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상무부도 류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10∼11일 라이트하이저 대표 등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인다고 8일 재확인했다.
현재로서는 협상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중국이 미국산 콩을 비롯한 농산물 구입을 재개한 것은 호재다.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9월 마지막 주 한주에만 150만톤의 미국산 콩을 수입했는데 이는 최근 1년간 가장 큰 규모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이 최근 미국산 돼지고기와 밀을 샀다”며 “이번주 말에 중국과 일부 추가적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변수는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중국과의 부분적 무역합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가 선호하는 방식이 절대 아니다”라며 “내가 선호하는 것은 가을까지 빅딜을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과 통상정책을 빼고 협상에 나서겠다는 중국과 부딪히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중국이 홍콩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나쁜 행동을 하면 무역협상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기업에 대한 블랙리스트 지정도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미 상무부는 이날 중국의 감시 카메라 업체 하이크비전 외에 다화·아이플라이텍 등 8개 정보기술(IT) 기업을 포함한 28개 기관을 미국 업체와 거래가 불가능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톰 오르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서는 미중 간 스몰딜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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